패잔병 24시

/오형록


고지 탈환을 앞두고 환희의 깃발을 준비할 때
심신을 강타한 엄청난 폭발음이 아득하게 멀어져간다

붉어진 동자는 밤을 잊고 벌겋게 충혈되어가고
배 곯은 창자는 우왕좌왕 무정부 상태
대뇌를 연결하는 모세혈관 또한 통치 불능이다

마지막 몸부림인가 한 잔 술의 엄청난 위력
찢어진 청바지에 얼룩무늬 작업복을 걸치고
애꾸 물안경을 패드 병을 잘라 망원경으로
그는 요구르트 수류탄을 한 줄로 엮어 허리에 매달았다

그는 거리로 뛰쳐나가 찌는 듯한 여름을 노려본다
돌격 앞으로 지나가는 차량마다 총부리를 들이댄다
차창으로 고개를 내밀며 저마다 한마디씩 남기고 간다.
미친놈 !

그때 메시지가 울린다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그놈은 오늘 생일이었다.

(07. 0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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