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탈
        정 재 철

주름 잡힌 바지
싹뚝 잘라버리고
항상 불룩한 배를 쥐어잡던
허리띠도 벗어 버린다.
적당히 색이 섞인
썬글래스를 이마에 붙이고
적당히 오만한 표정으로
담배에 불을 붙이고
운전대를 어루 만진다.
그리 신경 쓸 필요 없는
음악 볼륨을 높인다.
전원을 꺼버린 휴대폰의 마지막
신음이 경쾌도하다.
육중한 바퀴는 풍경을 짓밟고
잘도 달린다.
성냥곽 같은 네모난 성에
다달으면
작은 쪽문을 열고 들어선다.
익숙한 열기 나를 반긴다.
낮익은 목소리 한 마디
애들이야. 나이 값도 못하고
하는 질책에
철퍼덕 주저 앉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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