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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 진눈깨비 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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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한관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1건 조회 1,192회 작성일 2007-04-04 18:50

본문

  사월, 진눈깨비 내리다.

          한 관 식

 

 

매일

골목 끝집으로 중심 잃은 걸음 하나 이어진다.

내 잠의 머리채를 휘어잡아

가득한 또각 띠각의 울림

앉기도 어정쩡한 새벽 두시 혹은 세시

나는 명멸하는 촛불처럼 일렁인다.

그녀의 퇴근은 도시의 지반을 흔들며

낯선 시간으로 모다 고여든다.

이 시간에도 눈 뜬 이가 있다는 것을 알았고

고만고만 모여 든 가로등 불빛은 여명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제 스스로 아침을 열기에

어둠을 걷는 그녀 종아리의 이슬로도 부족했는지

애써 잊으며 기지개를 켠다. 아침.

속삭임은 어느곁으로 다가와 사라지는가.

무관해도 좋은 햇살 한줌, 그러나

그녀 방 앞엔

모로누워, 엎어진, 굽 높은

빨간 구두. 골목안 모두가 알고 있어

쉬쉬 거리며 혼자 알고 있는 것처럼,

혼자 그녀를 사랑하고 있는 것처럼,

그녀가 눈뜨는 시간까지 서성거리기 일쑤였다.

아, 진눈깨비, 진눈깨비, 진눈깨비,

사월, 진눈깨비 내려도 골목안은 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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