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버려진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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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지금은 버려진 땅
김현수
저 산등성이를 빙 돌아
등 너머에는 밭이 있었다.
지금은 돌아가신 할아버지께서
비가오나 눈이오나
괭이와 끝이 뭉퉁한 삽 하나로
새벽부터 밤 늦게 까지
진한 구슬땀을 흘리며
거미줄처럼 얽힌 나무뿌리와
돌멩이들을 치워가며
밭을 만들었다.
한 때는
고구마 심고 또 한 쪽 이랑에는
콩을 심고 수수도 심어서
가을이면
마당에 척 깔린 멍석위엔
오곡이 풍성해서
논이 작은 우리지만
천석군도 부럽지 않았다.
한 여름의 긴긴 가뭄으로
고구마 잎은 메말라 가고
요소 비료부대에 물을 넣어 짊어지고
산등성이를 오르내릴 때는
그 먼곳에 밭을 만든 할아버지를
속으로 한없이 원망했고
차라리 먹지 않고 굶는 게
더 낫다고 투덜거렸다.
땅은 거짓말을 할 줄 몰라
내 너희들에게 물려줄 것은
등 너머 밭 500평.
더 일구고 잘 가꾸어서
선대부터 내려온 가난의 한을 풀고
남 부럽지 않게 살아야 한다는
할아버지의 그 마지막 유언.
넷이나 된 손자녀석들은
다 도시로 도시로 돈을 벌러
뿔뿔히 떠나고 말았다.
설날 아침
산책을 하는 길에
등 너머 밭을 휭하니 지나가던 중
그 곳은 엉겅퀴와 잡풀과 칡넝쿨로
산인지 밭 인지
경계선 조차 분간하기 어렵게
한 5년은 묵어가고 있었다.
우리 밭도 그 주변의 다른 밭들도
흔적조차 없이 소멸되어 가고 있었다.
내 이 밭으로 돌아올 날은 아직도
아득하고 아무 기약 없는데
그때쯤이면 한 뼘인 이 소나무가
내 키를 훨씬 넘을 것이다.
짐승도 죽으면 머리를
태어난 곳으로 둔다는데
나도 언젠가는 고향으로 돌아가
그 밭을 내 아들이랑 둘이서
다시 일구어서 유자랑 밀감나무 심어
할아버지가 그 옛날 그 터에
밭을 만들었던 이야기들을
내 아들에게 대대로 전해 줄 것이다.
김현수
저 산등성이를 빙 돌아
등 너머에는 밭이 있었다.
지금은 돌아가신 할아버지께서
비가오나 눈이오나
괭이와 끝이 뭉퉁한 삽 하나로
새벽부터 밤 늦게 까지
진한 구슬땀을 흘리며
거미줄처럼 얽힌 나무뿌리와
돌멩이들을 치워가며
밭을 만들었다.
한 때는
고구마 심고 또 한 쪽 이랑에는
콩을 심고 수수도 심어서
가을이면
마당에 척 깔린 멍석위엔
오곡이 풍성해서
논이 작은 우리지만
천석군도 부럽지 않았다.
한 여름의 긴긴 가뭄으로
고구마 잎은 메말라 가고
요소 비료부대에 물을 넣어 짊어지고
산등성이를 오르내릴 때는
그 먼곳에 밭을 만든 할아버지를
속으로 한없이 원망했고
차라리 먹지 않고 굶는 게
더 낫다고 투덜거렸다.
땅은 거짓말을 할 줄 몰라
내 너희들에게 물려줄 것은
등 너머 밭 500평.
더 일구고 잘 가꾸어서
선대부터 내려온 가난의 한을 풀고
남 부럽지 않게 살아야 한다는
할아버지의 그 마지막 유언.
넷이나 된 손자녀석들은
다 도시로 도시로 돈을 벌러
뿔뿔히 떠나고 말았다.
설날 아침
산책을 하는 길에
등 너머 밭을 휭하니 지나가던 중
그 곳은 엉겅퀴와 잡풀과 칡넝쿨로
산인지 밭 인지
경계선 조차 분간하기 어렵게
한 5년은 묵어가고 있었다.
우리 밭도 그 주변의 다른 밭들도
흔적조차 없이 소멸되어 가고 있었다.
내 이 밭으로 돌아올 날은 아직도
아득하고 아무 기약 없는데
그때쯤이면 한 뼘인 이 소나무가
내 키를 훨씬 넘을 것이다.
짐승도 죽으면 머리를
태어난 곳으로 둔다는데
나도 언젠가는 고향으로 돌아가
그 밭을 내 아들이랑 둘이서
다시 일구어서 유자랑 밀감나무 심어
할아버지가 그 옛날 그 터에
밭을 만들었던 이야기들을
내 아들에게 대대로 전해 줄 것이다.
추천3
댓글목록
방정민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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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에 관한 중요성이 날로 더해가는 요즘입니다.
우리네 삶이 자연과 더불어 살때 더욱 빛이나고 소중한 것인데
현재의 삶은 그렇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좋은 시 감사합니다.
김현수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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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정민시인님 감사합니다.
최인숙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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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시인님 그렇게 훌륭한 유산이 있다니요
아이들과 주말농장을 하며 가을에 염매 열린것을 보면 조상님의 고마움도 알고
흙을 만지고 밟고 아담과 이브의 심성으로 돌아가고 시인님 행복하세요
전 * 온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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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의 꿈이 꼭 이루어 지시기를 기원합니다.
저도 그런 버려진(?)땅을 찾고 있습니다 ㅎㅎㅎ
귀향하고 싶어서요.
자연으로 돌아가야 하는 당위성이
시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분명히 깨달아야 할것 같네요.ㅎㅎ
김현수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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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인님 선배님 ㄳㄳ 감사합니다. 환절기 감기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