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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그리고 아버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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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형우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2건 조회 1,361회 작성일 2009-09-15 09:52

본문

아들에게 그리고 아버지에게


오늘 따라 막걸리가 먹고 싶어서
그 옛날 돌밭에서 아버지의 아버지가 허기를 달래던
공사장에서 인부들에게 따라주던 아버지의
가난을 마시고 싶어서
사발에 맨손으로 쉰 김치 나부랭이 집어 들고
입가의 수염이 하얗게 물들게 마시고 싶어서
고독한 낭만과 늦은 포만을 위해서
그들의 즐거운 노동을 위하여
사람냄새 나는 사람을 위하여
위하여
사발을 허공에 젓는다.

먼 길을 떠나는
오늘 따라 막걸리가 먹고 싶어서
눈도 감기지 않는 아버지의 아버지
보내지 못해
그렇게 보내야 해서
참던 눈물대신 벌꺽 삼켜야했던 아버지
그들의 고단한 사랑을 위하여
위하여
나의 아들 또한 나를 위하여
언젠가 사발을 높이 치켜 들것을 위하여

오늘 따라 막걸리가 먹고 싶어서
늙은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고
아내의 만류를 뿌리치고
어린 아들과 무거운 잔을 잡는다.
 
추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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