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비디오 그리고 여인 (연작시 4)

가끔 인생이란
알지 말았으면 좋은 것들도 있다.
책을 지키고 비디오 만을
지키는 줄 알았던
바이올렛레이스가 어울리는
나의 여인은
나만의 여인이 아님을 아는 것은
그리 오래지 않았다.
손바닥만한 도시에
이른 불이 꺼지던 날
나의 여인은
아이보리 잠바를 걸치고
홈이 깊게 파인 레이스 달린 옷을
숨기고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집에 이를 즈음
읍내에 몇 대 안되는
자동차들이 읍장 관사에 모여들고 있었다.
손 안에 꼽히는 인사들인지라
그들의 차는 금방 눈에 띄었다.
차에서 함께 내리는
여자들은 화려한 옷들을 걸치고 있었다.
그 속에 나의 여인이 있었다.
그들의 웃음 섞인 짧은 인사와 함께
하나둘 읍장의 관사 속으로 사라졌다.
눈을 감았다.
금방 흘러 내릴 것 같은 눈물
고개를 젖혀버렸다.
별들이 그리도 많은지
그날밤에야 알았다.
별은 늦은 시간에도 하늘을 지키고 있었다.
가끔은
알지 못하기에
행복하다는 걸
별이 유난히도 많은 그 밤에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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