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가는 순한 양(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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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한 양이라고 했다.
다리 가는 양이라고 했다.
허벅지가 두꺼울 필요가 없다.
다리 가는 양이 걸어간다.
비 오는 산으로 올라간다.
종이 떨어뜨리면 종이 소리 내고
강철 떨어뜨리면 강철 소리 낸다.
비 오는 날 비 오는 소리 내려
종이 적시고 강철 적시지만
빗물 먹어 없어지는 종이 대신
강철은 빗물 내리는 윤기 머금은 채
구름에 가린 햇빛 발하고 있다.
무거운 강철 대신
바람에도 날리는 종이를 닮고 싶다.
내려오는 산은 돌산이라도 좋아
미끄러지지 않게
인간 세상에서 비웃지만 우리 세상에서
모른 채 넘어가는
발가락 하나 더 자라 버티는 힘으로
하산하는 길
숲 속에서 비 맞고 다리 다친 비둘기에게
거칠게 다가가는 사향고양이
보고도 못 본채 맡아도 못 맡은 채
내려오는 순한 양이 되어도 좋아
누가 나를 나라고 하여도
나는 나를 나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
가는 다리가 있고
발가락이 하나 더 있더라도 나는 나인 채로
산에도 오르고 내려올 것이다.
누군가 나를 향해 걸어온다.
종이 입에 물고 강철 손에 들고
바람에 종이는 날리지만
강철은 빛마저 사라져버려 움직이지 않는다.
댓글목록
방정민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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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나를 나라고 하여도
나는 나를 나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
가는 다리가 있고
발가락이 하나 더 있더라도 나는 나인 채로
산에도 오르고 내려올 것이다.>
상징적이고 깊이 있는 시를 완벽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삶의 의지를 느낄 수 있는 시입니다. 그 어떤 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나는 나인 채로 살아가고자 하는 화자는
다시한번 자신을 부정하는 것! 그것이 삶이라는 의미인가요...
좋은 시 감사합니다!
허혜자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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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이 깊은 좋은 시
잘 뵈었습니다
무더운데 건강 조심 하세요.
김화순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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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와 의미있는 좋은글 잘 보구 갑니다
" 누가 나를 보고 나라고 하지 않았다.
순한 양이라고 했다"...이 단어가 가슴 한켠에 남는 이유가 뭘까요..
다시 찜통더위가 시작된듯합니다
건강조심하시고 시원한 여름 나시길요.
현항석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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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뭍혀버린 자아를 찾아 헤메이는
고달픈 역경이 눈물겨운 것 같습니다.
아무리 걸어도 알 수 없는 나를 찾아가는
그 여정속에서 잠시 쉬어 갑니다. 감사합니다.
장대연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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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 대한 외부의 시각을 초월하는
이 시인님의 올곧게 세운 자아 개념을 만나면서
가슴이 뭉클해져 옴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