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차에 하루 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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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7건 조회 1,410회 작성일 2008-05-01 13:55본문
김혜련
어둠이라는 남자가
불빛이라는 다소 천박하고
헤픈 여잘 만나
배설과 주정을 즐기는 농도 짙은 밤
나는 막차에 하루 싣고
삼십대라는 어중간한 젊음을 떠나보낸다
삶의 피곤기가
수십 대 트럭에 적재된
철근보다 무겁기에
슬픔 한 조각 느낄 여유도 없다
매일 밤 이 비좁은 버스에서
몸 부딪히며 만나는 사람들이건만
이름조차 모르는 낯익은 사람들
그들도 승차권 한 장에
하루치 피곤 내려놓으며
더러는 하품 하고
더러는 불안한 잠을 잔다
애기엄마가 무슨 직장생활이냐며
아침마다 눈 부라리는
시어머니의 노기 띤 뒤통수를
가방에 쑤셔넣고 출근하는 나는
하루종일 쳇바퀴 속에서 진땀 흘린다
세상 일 혼자 다하냐며
악 쓰는 시어머니 얼굴이
보고공문서를 작성하는
손가락에 비수로 꽂힌다
누군가 차창을 연다
밤바람이 시리다
생을 다한 꽃잎들이
차창에 부딪혀
굵은 눈물로 떨어지고
나도 얼굴을 돌려
참았던 눈물을 쏟고 만다.
댓글목록
지인수님의 댓글
지인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부정할수 없는 우리 대다수 사람들의 현실 이네요
참았던 눈물 ~~공감 입니다
최승연님의 댓글
최승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에전에 막차 많이 타 봤어요.
"생을 다한 꽃잎들이
차창에 부딪혀
굵은 눈물로 떨어지고
나도 얼굴을 돌려
참았던 눈물을 쏟고 만다. "
주신 고운 시 즐감하고 갑니다.
건강하세요.
엄윤성님의 댓글
엄윤성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시인 님의 시를 지금까지 모두 3편을 감상하였는데
전부 현실성이 너무 강한 시들이라 무어라 답글 올리기가 자꾸 민망해집니다.(머리가 자꾸 숙여져서...)
이월란 시인 님과 시풍이 비슷하면서도 약간 다르다고도 느껴집니다만
어쨌든 그렇게 힘든 삶의 끝에는 분명히 좋은 날이 오리라고 생각합니다.
감히 몇 자 적어봤습니다.
잘 뵈었습니다.
허혜자님의 댓글
허혜자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려운 고비
이것 역시 곧 지나가리니
건필 건승을빕니다.
김혜련님의 댓글
김혜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지인수 님, 최승연 님, 엄윤성 님, 허혜자 님, 마음이 담긴 댓글 달아주셔서 참으로 감사합니다.
손근호님의 댓글
손근호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김혜련 시인님의 시에를 읽고 있자면 줄거리가 있어. 그 줄거리 끝에서 감동을 많이 받습니다. 좋은 시입니다.
김혜련님의 댓글
김혜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손근호 님, 소중한 댓글 달아주셔서 참으로 고맙습니다. 칭찬까지 해주시니 더더욱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