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회사절(面會謝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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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회사절(面會謝絶)
이 순 섭
십년 넘게 구독하던 신문을 끊었다.
그동안 화나게 구독사절(溝瀆謝絶) 하려 했건만
끈질긴 인연에 끝까지 차마 하지 못했다.
매일같이 눈에 들어오는 기사만 보지만
이제 신문을 손에서 놓으니
온몸에 피가 순환이 잘돼
정신과 마음이 맑아지는 것 같다.
한편으론 허전해 사회가 문화와 정치가 정지되어
헌혈은 했지만 수혈 받지 못하는 육체로 되돌리는 기분이다.
두 다리에 달린 바퀴가 어디로 굴러가는지 모르겠다.
매일 매일 신문에 실린 사설(社說) 가위로
반듯하게 잘라주고 마음이 한결 시원해졌었다.
부피가 늘어가는 사설(社說) 철 구멍 뚫린 자리에
드나드는 둥근 고리는 읽든 안 읽든
아무 말을 하지 않는다.
한 장 한 장 쌓일 때마다 활자는 겹쳐져 심호흡을 한다.
신문과 함께 따라오던 스포츠 신문 · 주간지 · 월간잡지
흔적도 없이 집에서 차츰차츰 사라질 무렵
종이의 귀중함을 알았다.
폐휴지 주우려 다니는 장애인이 딱해서 모아 놓곤
집에 이 따끔 찾아오면 주곤 했었다.
장애인은 왜 신문지가 없냐고 아쉬워한다.
그렇다고 대문에 면회사절을 붙일 수는 없다.
있으면 있는 대로 쌓이는 폐휴지 늘어만 간다.
새벽길 달리는 골목길에 신문보급소는 문 닫은 지 오래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 건물은 텅비어있다.
없는 것 보다 있는 것이 더 좋은 꽃들이
땅에 뿌리 내리고 서있다.
장애인이 몸 흔들며 미는 유모차 바퀴는 제 갈길 찾아 굴러간다.
댓글목록
백원기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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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인연을 끊어야하는 마음아픔이 여기도 저기도 피어나니 뿌리 내리고 서있는 버려진 꽃들이 서럽게 보입니다. 오늘도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이순섭 시인님.
변정임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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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참 좋은 일 하셨어요.
그동안 보이지 않게 보듬어 주신 그 정이 살포시 피어나는 아침입니다.
예전 저희도 묶어 놓았다 어떤 할머니 드리곤 하였답니다.
선생님, 더운 날씨 건강하게 잘 보내시기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현항석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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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에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던 구절중 하나가,
00신문사절!!! 00신문 구독사절이었지요.
받아들일 사람은 이런 저런 이유로 받아들이지 못하는데,,,
왜 그리 보라고, 느끼라고 안달을 했던지....
고등학교 때 경험삼아 배달소를 찾아 딱 하루동안
신문배달을 해보고 포기 했던 그 추억을 떠올리며 감상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