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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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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2,399회 작성일 2012-02-23 18:23

본문

전셋집
 
                                           김혜련
 
온 천지에 봄이 질펀하게 밟히는 날에도
가슴에 고드름이 주렁주렁 매달리는 집
대출금 이자에 잘려 나간 자존심이
뿌리부터 얼어붙고 있네.
 
베란다에 꽃대를 올리기 시작한 봄철쭉도
절망이 되어 피어나는 곳
맘대로 뛰지 못해 동심이 멍든
막내 경완이는 날마다 까치발로 걷네.
 
못난 엄마 눈치 살살 살피며
움츠러든 동심으로 웃는데
포장지도 꺼내기 전에 들켜버린 속내
전세금 올려달라는 주인집 아낙의 불화살에
간밤에 잠 한 숨 못 잔 얼굴로
웃지도 못하네.
 
지난겨울 한파에
수도관이 동파되었을 때는
수다쟁이 천성도 버리고
침묵으로 일관하더니
봄이 오기 무섭게 전세금 올려달라고
얼음트럭을 몰고 쳐들어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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