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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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강연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9건 조회 1,355회 작성일 2005-12-04 21:47본문
매미 소리
시/강연옥
여름은 가고 겨울이 왔어도
가슴에 박제된 매미 소리
알 수 없는 근원에서 자지러진다
결벽증 그 사내는 꼭 왼손을 원했다
- 만져줘
술에 취해 수축되고 늘어진 애벌레 슬그머니 눈을 든다
촉수를 더듬으며 어둠 속 나무뿌리 수액 찾는
어둡고 비천한 생(生)
죽이고 싶다
그녀는 꼭 오른손이어야 했다
애벌레의 숨통을 쥐어짰다 놓는다
찔끔 흐르는 눈물 같은 어둠의 진액
질퍽한 삶 속에 끈적거리고
물컹물컹한 환멸이 점점 부풀어 오른다
죽여버리고 싶다
왼손도 오른손도 아니다
해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체액에 미끈거리는 지층 속으로 애벌레를 빨아들여
급소를 정확히 누르고 밀어낸다
또다시 빨아들이고 휘돌린다
소용돌이에 멀미하고 실신하며
자신의 알을 한꺼번에 뿜어대고 사멸하는
저 질긴 생명력
벌려있는 가랑이 사이로 부패한 꿈이
질ㆍ척ㆍ거ㆍ린ㆍ다
댓글목록
오형록님의 댓글
오형록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매미 울음소리가 눈덮힌 설원에 울려퍼집니다...우리네 삶의 심장부를 해부한 멋진 글입니다 고운하루 되십시요.
홍갑선님의 댓글
홍갑선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거참 매미 소리 야릇한 색깔로 다가오네요.
매미나 애벌레나 때로는 함께 공유하고 살고있네요.
깊은 의미의 詩 즐감하고 갑니다.
이선형님의 댓글
이선형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 곳 날씨가 추워 졌습니다.
바람 많은 그곳은 어떻신지요?
몸 건강하시고 늘 즐거우신 날이시길 바랍니다.
윤해자님의 댓글
윤해자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몇 번을 되뇌어 보고서야 그 의미를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우리네 삶 또한 잊어버리고 싶지만 잊혀지지 않는 매미소리와 같이
울컥울컥 치미는 한이 있어 죽고 싶고 죽이고 싶지만 어찌할 수 없는 것이지요.
깊은 시심에 머물다 갑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행복한 한주 열어가세요~!
전 * 온님의 댓글
전 * 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박제된 매미소리가 내리는 눈속에서 환생을 하였나 봅니다.
깊으신 시심에 머물러 여러 생각을 하였습니다.
박민순님의 댓글
박민순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저 질긴 생명력
벌려있는 가랑이 사이로 부패한 꿈이
질ㆍ척ㆍ거ㆍ린ㆍ다
시인님의 시심에 머물다갑니다
고은영님의 댓글
고은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많은 아픔이 느껴지는 훌륭한 작품입니다귀한글 삼사합니다
제주 잘 지키고 계시지요?
바람이 아주 세다는데
강연옥 시인님 늘 감기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김태일님의 댓글
김태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강연옥 시인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좋습니다.
우리 몸속에 흐르고 있는 저 바이칼, 만주벌판 유목민의 핏줄...
봄, 여름이 가고 가을, 겨울이 와도 그 광활한 유목의 벌판에서 말달리던 기억은
항상 우리 가슴 속에서 생명의 근원처럼 맥박치지요.
질긴 생명력, 어쩌면 숭고한, 애처러운 생명력...
그 모든 것을 담고 우리는 지금 21세기 어느 겨울 속을 달려갑니다.
강시인님의 그 감정은
바로 강시인님 몸속에 자리하고 있는 어느 선조의 절규일 듯... ^^
한상욱님의 댓글
한상욱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아픔이 늦가을 홍시처럼 발갛게 숙성되어 이듬해 희망으로 영글어가는 글이로군요.
우리의 삶에 희망이라면 결국 미래겠지요. 그 미래가 보이면 희망적이겠으나 그 미래가 불투명하다면 결국 암울한 삶에 양어깨가 저절로 처지겠지요.
"부패한 꿈". 그 반어적인 단어가 주는 의미가 너무도 신선했습니다.
좋은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또한 느낌도 아주 좋구요.
부디, 건안, 건필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