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는 저녁을 밝히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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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석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8건 조회 1,493회 작성일 2005-09-15 09:57본문
시/김 석 범
태양이 등을 돌리면
하루일과에 지친 붉은 노을
산허리에 거친 숨 몰아쉬고
화장 덜 끝난 뽀얀 달을
아쉬운 듯 밀어 올린다.
산 그림자 바지를 치켜세우며
제 몸보다 큰 어둠을 데리고
허물질 듯 앙상한, 생의 이음줄 같은
굴뚝의 잔여훈기와 몸을 섞는다.
소의 그림자를 붙들고
흙냄새 자욱한 긴 담뱃대로
논두렁길을 밝히며
집으로 향하는 아버지의 땀 냄새,
종일 굽었던 허리를 비틀어
짝을 맞추고, 채소의 노곤함까지
짊어진 어머니의 종종걸음에
저녁의 문이 비로소 열린다.
대청마루의 쓸쓸함,
따스한 체취, 허름한 문틀소리에
등잔불 같은 화심(火心)으로
죽어가는 저녁을 밝히고
흩어진 침묵을 순간에 일으켜
무언의 미소를 피워내나니
무거웠던 하루의 그림자를
어둠에게 벗어 던진다.
남은 내일을 위하여
댓글목록
지은숙님의 댓글
지은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김 시인님 추석 명절 잘 보내세요......^*^
고은영님의 댓글
고은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배고픈 저녁엔 왜 유난히도 노을마저 슬펐었을까요?
좋은 글 보고갑니다
김태일님의 댓글
김태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김영태 시인님, 어머님의 사랑이 잘 그려져 있군요.
'등잔불 같은 화심(火心)으로
죽어가는 저녁을 밝히고
흩어진 침묵을 순간에 일으켜
무언의 미소를 피워내나니
무거웠던 하루의 그림자를
어둠에게 벗어 던진다.'
캡입니다. ^.~**
김유택님의 댓글
김유택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김석범 시인님
깊은 시심 읽고 갑니다 너무 오랜만에 인사드려 죄송합니다
다음 모임에 뵙기를 희망합니다
양남하님의 댓글
양남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깊은 고뇌에 오래 머물다 갑니다.
풍성한 한가위 맞으시고
가족 친지와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임혜원님의 댓글
임혜원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김석범 시인님..잘지내시지요?
님의 글을 접할때마다 사람의 마음(詩心)은 블랙홀처럼 그 깊이를 측량할 수 없구나,하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화장 덜 끝난 뽀얀 달을 오늘 밤에는 한 번 바라 봐야겠네요.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김석범님의 댓글
김석범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여러 문우님들 감사드립니다... 풍성한 한가위보내시길...^*^~~
오영근님의 댓글
오영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김석범 시인님!..늦게 글 뵙습니다..반가움!....명절 잘 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