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야 미친다 / 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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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8건 조회 1,551회 작성일 2005-10-17 11:06본문
지금으로 말하면 마니아라고 할 수 있는,
지적이고 예술적인 분야에서 한 획을 그으려면 불광불급( 不狂不及 ),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 는 역으로 말하면 미쳐야 미친다는 말이다
광적인 몰입이 없이는 어떤 예술적인 성취가 있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요즈음 다시 역사책에 시선이 가기 시작했다
어느 시대를 살든지 제도와 관습은 존재하는 것이고
옛날 사람들은 그 제도 속에서 어떻게 슬기롭게 살았는지
교과서에서는 볼 수 없는 것들을 읽으면서 동시대의 사람들이
관련지어지고 어떤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아--누구랑 친분이
두터웠고 누구랑은 원수처럼 지냈고..등 한마디로 그가 교류를 나누었던
이들까지 알게되는 재미가 솔솔해서 몇 주째 뒷골목 이야기만 읽고 있다. ㅎ
세상이 알아주지 않아도 자신의 세계를 갈고 닦았던 이들,
처참한 가난과 신분의 질곡 속에서도 신념을 잃지 않고
맹목적인 자기 확신으로 삶을 산 이들을 통해서
조선시대(18세기) 의 지식인들의 사람됨과 인간적인 매력,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까지...
그에 견주어 보면 오늘날 우리 사회의 지식인이라 자부하는 이들의
몰골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까지 갖게 된다
세상은 재주 있는 이들을 결코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
주류에 편승하지 못하고 시대와 화해하지 못해
경계인으로 살아야 하는 생은 끝내는 불행할 수밖에 없겠지만
그래도 그들은 어쩜 자신의 세계속에서 남들의 잣대와는 상관없이
행복한 삶을 살았는지도 모른다
그럼 그들은 무엇에 미쳤을까?
산수와 기하학에 재능을 보여 과거시험 없이 관상감에 발탁된
김영, 해시계 지평일구를 만드는 등 천재적인 과학자였지만
권세에 손 비빌줄 몰라서, 주변인들과 원만한 사회적인 관계를
유지하지 못해서 시기와 모략에 생을 마쳤다
면전에서 욕을 먹고 주먹질까지 당한 그는 벼슬을 때려 치운 뒤
우울증과 빈곤이 겹쳐 아사한다
과거시험 때마다 급제를 했지만 벼슬은 하지않고
과거시험장에서 글이나 팔아 먹으면서 식객으로 전전하다 세상을 떠난 노긍,
허균은 새 세상을 꿈꾸다 능지처참 당했고
냉방에서 글읽기에만 전념하다 동상으로 부어오른 손가락으로
책장을 넘기면서도 "논어 덕에 미치지 않을 수 있었다" 고백하는
이덕무는 영양실조로 어머니와 여동생을 잃었다 등등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어떤 조직속에서 소외당하는게 두려워
슬금슬금 눈치를 살피며 살아가는 이들에겐 꿈도 꾸지 못할
열정과 광기이다
절망 속에서도 성실과 노력으로 자신의 세계를 우뚝 세워 올린,
삶이 곧 예술이고 예술 그 자체가 삶이었던...
스스로를 극한으로 몰아세운 삶이면서도 광적인 몰입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마니아들의 진솔한 삶의 모습이다.
댓글목록
정해영님의 댓글
정해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세상을 살아오면서 저에게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 미친 모습 '이랍니다.
잘 읽었습니다...
임혜원님의 댓글
임혜원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김희숙시인님^^ 잘계시지요?ㅎㅎ
우리 동인님들도 열정속에서 자신만의 세계 열어 가기를....
코푸시럽S (감기조심하세요~)
고은영님의 댓글
고은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김희숙 작가 님
나도 미치고 싶어요.
좋은글 뼛속깊이 새기옵니다.
김태일님의 댓글
김태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렇습니다.
우리 선조들은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 한이 있더라도 아닌 것은 아니라고, 옳은 것은 옳다고 대쪽 같은 삶을 살았지요.
그렇게 스러져잔 선조들이 묻혀 있는 이 땅에서 우리 젊은이들이 살아가는 행태를 보면 한숨이 절로 납니다.
선조들이 몇 천 년을 두고 쌓아온 사회 각 분야의 공동체적 윤리와 도덕은 서양에서 밀려온 개인주의, 쾌락주의, 물신주의에 넋을 잃어 집단 아노미 상태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물론 이는 그 누구의 탓도 아니고 우리들이 자식들 교육을 잘못시킨 탓이지요.
지금부터라도 우리 후손들이 더 이상 방황하지 않도록, 우리가 지켜온 정신적인 유산을 잘 물려주어야 하겠지요. ^^
김영태님의 댓글
김영태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나의 세계를 가지고, 미쳐갈 수 있다면 그만한 행복은 또 없겠지요
진정한 마니아의 의미를 되새겨 봅니다
김석범님의 댓글
김석범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 시대의...그들, 큰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그들로 하여금 우리에게 교훈을 주는 글입니다
요즘 다시금 생각해보는 "미쳐야 산다" 의미를 깊이 느껴보면서...^*^~
윤해자님의 댓글
윤해자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김희숙 시인님, 가슴 울리는 글 잘 보고 갑니다. 저두 미치도록 열심히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ㅎㅎ 건안 하세요~!
김희숙님의 댓글
김희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고맙습니다...^^*
동인님들 하루가 행복만땅~~
웃음이 하늘까지 닿는 날 되시길 두 손 모읍니다.
건필도 함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