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차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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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혜 련
금이야 옥이야 사랑만 주던 주인이
인간의 탈 쓴 냉혈한 되어
나를 이곳에 버리며
침을 퉤퉤 뱉었다.
출퇴근 때마다
얼굴 닦아주고
입도 맞춰주더니
심지어 항문까지 핥아주더니
이젠 냄새나는 쓰레기 취급이다.
지난 10년 동안 살 섞고 살아온
조강지처인 나를
이리도 심하게 헌신짝 취급할 수 있을까.
한 줌의 미련 정도는 남았을 법도 한데
아니 그 흔한 동정심은 있을 법도 한데
주인은 뒷모습 보이기도 싫다는 듯
담뱃불 붙이며 쌩하니 떠난다.
“밑이 다 헐었네. 아랫도릴 얼마나
굴렸으면 이 지경이야. 흐흐흐.”
폐차장 직원의 음담 섞인 평을 들으며
나는 속울음 삼킨다.
댓글목록
윤시명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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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차장에 가면 웬지 공동묘지의 스산함이 느껴지긴 하죠 ㅎ
금동건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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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 그 자동차도 주인 잘못 만난건가요
아끼며 쓰다듬으면 오래 탈수있는데 ,,,, 고맙습니다
이광근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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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련시인님 안녕하세요
밑이다 헐었네 아래도리 얼마나 굴렸으면....읽으며
칭찬을 드림니다 은유의 구상으로 시상이 좋고 자유
스런 언어가 깨끗하여 마음에 닮고감니다
김성재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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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훌륭하십니다. 시향이 깊습니다. 재미도 있고.
이제 저도 아랫도리를 굴리진 말아야겠어요.ㅎㅎㅎ
즐거운 하루 되세요.
김혜련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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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시명 님, 금동건 님, 이광근 님, 김성재 님, 댓글 주셔서 고맙습니다. 폐차장에 가보면 마치 인생사를 보는 것 같아 슬프더군요. 새 차를 구입해서 처음에는 온갖 애정을 다 쏟으며 닦고 또 닦던 사람들도 차의 연식이 오래되면 무관심해지다가 나중에는 헌신짝처럼 버려버리는 모습이 마치 처음엔 온갖 방법으로 친해지려고 노력하다가 나중엔 자기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으면 냉담하게 외면하며 헤어져버리는 인간관계 같아 마음이 씁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