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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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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미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11건 조회 1,980회 작성일 2007-08-13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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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의 추억

이미순 (시인·의령문협 회원)

2007-08-06

 때때로 사는 것이 힘들때면 내 어머니를 생각한다. 어머니의 삶을 바라보면 그 작은 몸짓에서 어떻게 자식 다섯을 키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저녁별의 희미한 빛에서 쓸쓸함과 연민과 아련함 같은 것이 느껴지듯이 내 어머니에게서 생의 남루함과 아릿함이 묻어 나는 것 같다.

 이제는 아련한 추억이 되어 살포시 내 가슴속에 자리 잡고 있지만 사춘기 청소년 일 때 남의 옷을 입는다는게 정말 죽기보다 싫었다. 언니가 많고 내위로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 관계로 난 새로 산 옷을 입어 본 기억이 별로 없다.어쩌다가 명절이 오면 양말따위 새로 얻어 신을까 새로 산 옷은 엄두도 못냈다.

 내 나이 열아홉살, 세상이 온통 장미빛으로 일렁였을 때, 그 해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나랑 단짝인 친구는 그시절 유행하는 오리털 잠바를 입고 온갖 멋을 내고 미팅에 참석했건만 난 학교 다닐 때 입은 검은 오바를 입고 부산 남포동 무아음악실에 갔으니 정말 “옷이 날개”라는 속담이 참으로 실감나게 다가왔다. 나보다도 휠씬 못 생겼는데도 모두들 그애만 쳐다보고 난 눈길도 마주치치 않던 그 참담한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도 씁쓰레한 웃음만 나온다. 그때 나는 사람의 값을 정하는 것이 화려한 옷 인줄 알았다. 그당시 젊음을 이해 못할 우리 부모님의 고리타분함을 원망하며 난 엄마처럼 살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다짐했건만 나도 별수 없는 여자였고 부모가 되었다.

 내 딸아이가 어느새 자라 사춘기에 접어 이제는 옷에 신경을 많이 쓰며 한참 예민하고 나를 닮아 자존심이 무척 강하다. 딸 아이가 메이커 옷 하나 없다고 말할 때 어린시절 때를 쓰던 생각이 난다. 너도 시집가서 한번 살아봐라 내가 왜 이렇게 아둥바둥 살아야만 하는 것을, "그래도 너희들은 배고픈 굶주림은 없지 않는냐구" 말씀 하시는 울 엄마가 생각난다. 부족함과 빈곤이 풍족과 풍요의 스승임을 알게 해 준 내 어머니가 오늘따라 보고 싶어진다. 꿈을 먹고 살던 시절에는 예쁜 옷으로 겉치장만 예쁘게 하면 무지개 빛으로 모든 것이 이루어질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쓸쓸할때나 허전할때면 늘 찾아 가는 곳이 있다. 그곳은 바로 재래 시장 옷가게다. 여기 저기 기웃기웃 옷 구경 하다 보면 왠지 마음이 따뜻해진다. 어쩜 과거의 향수만을 그리워하는 오늘 나의 모습은 이제 마흔 중반의 아줌마로 변해 벼렸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기존의 가치가 패션이라 했던가? 거리에 나가면 왜 그토록 여자들이 화려하게 차려 입고 무얼 그리 바쁜지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어떤이는 총 천연색 외국 영화의 한 장면처럼 옷 입는다지만 그까짓 잠자리 날개 같은 그 옷이 무얼 그리 대단할까? 세상 분위기에 끌려서 너도 나도 메이커 타령 하는데 난 아직 어떤 옷이 유행하는 로고인지, 라벨에 따라 어떤 옷이 고가품인지 잘 모른다.

 멋이란 결코 돈이 드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이제는 미에 대한 기준도 달라졌다. 옷만 잘 입어 멋을 내지 말고 열심히 세상을 살아가는 정열을 느끼게 하는 깔끔하고 긴장된 자세, 그것이 오늘의 멋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내 어머니가 가신 뒤에야 난 알았다.


경남일보  경일춘추 유년의 추억  2007년 8월 6일 발표작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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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이월란님의 댓글

이월란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름다운 글 뵙습니다.
진정한 멋은 내면에 쌓여지는 것들이 아닌가 합니다. 자랄 때는 옷이 맘에 들지 않으면 밖에도 나가지 않았지만요.
요즘 아이들은 더한 것도 같습니다. 어른이 되고 생각이 자라야만 외모보다 마음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나 봅니다.
한국의 여자들처럼 화려한 여자들이 잘 없지요.. 특히 유타는 몰몬들의 본거지라 그런지 검소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답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사치는 제어가 되지 않더군요.
건강하시고 건필하십시오..

전 * 온님의 댓글

전 * 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유년의 추억은  누구나  가슴에  담고 잇는  재산입니다.
얼마 만큼의  가치를 발휘하게  하는지는
자신의  가치관이  문제겠지요.
하찮은  추억 하나가  그 시람의  인생을 바꾸어 놓을 수  있음이
늘,  보여지니까요.

목원진님의 댓글

목원진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부족함과 빈곤이 풍족과 풍요의 스승임을 알게 해 준 내 어머니가 오늘따라 보고 싶어진다. >
좋은 글을 읽어 내리며 공감하는 부분이, 눈을 멈추게 하였습니다. 슬픈 경험이 있어야 기쁨의 진가를
알고, 배고픈 날을 겪어야 노동의 진가를 느끼게 되듯이, 어렸을 때의 어려움을 잘 견디어 교훈으로 받아들여
차곡차곡 노력하게 되면, 반듯이 그만큼의 그릇을 하늘이 부여하게 된다는 것을 어른이 되어서야 아는 것 같습니다.

현항석님의 댓글

현항석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유년의 추억에 동감,,,동감합니다.
한 줄 한 줄 감상해 내려가면서 더욱 동감하는 마음이고
제가 표현해 보았던 <아부지와 애비>와 같은 마음이지 않나
생각 해 보았습니다.
건강하시고 온 가족이 늘 행복한 날들만 만드시길.........감사합니다,.

김석범님의 댓글

no_profile 김석범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렇지요.....  유년시절....  검정고무신과 하이얀 고무신의 추억 속에서 살았지요....
화려한 옷이 아니더라도 단정한 옷으로 얼마던지 맵시를 세우는 시대 아닌가요....
내면이 빛나는 그런 사람..... 그런이가 저는 좋답니다...^^~   

윤주희님의 댓글

윤주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ㅎ 건강하시죠? 저도 아버지의 고향이 의령 낙서면이라
많은 추억이 있기에 특히 시인님을 많이 사랑합니다.
시집도 잘 보고 있구요.^^
꿈을 파는 여자는 아무나 못하겠죠.
늘 멋진 날, 건강한 날 되십시오.^^

박정해님의 댓글

박정해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이미순시인님 유년의 추억에 잠시 젖어봅니다
가난한 시절 원피스를 손수 재봉틀 돌려 만들어 주시던 어머니셨지요
이제는 내면에 충실히 살려는 자세 잃지않으려 노력하지요

이미순님의 댓글

이미순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언제나 변함없을 빈여백 문우님 고맙습니다
전 * 온 시인님 시집 출판 다시 한번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윤주희 시인님 아버님 고향이 낙서면이며 제가 살고 있는 의령군  속합니다
오시는 길 있다면  의령읍 복권방에 들러 주세요
따뜻한 차 한잔 대접 하겠습니다
더위도 이어지고 사방에서 미치는 힘 후덥지근하고 답답한 더운 기운이
문우님 가슴에 짓누르더라도 입가엔 항상 웃음 머무시고
여름 내내 건강하시고 행복한 여름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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