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오시는 방법(-클릭-) 회원가입은 이곳으로 클릭++^^ 시작페이지로 이름 제목 내용

환영 합니다.  회원가입 하시면 글쓰기 권한이 주어집니다.

회원 가입하시면 매번 로그인 할 필요 없습니다.

그리운 손 맛

페이지 정보

작성자 : 이미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5건 조회 1,917회 작성일 2007-08-31 12:59

본문

그리운 손 맛

이미순 (의령문인협회)

2007-08-20

아침부터 잔뜩 찌푸린 하늘에 바람 한 점 없이 후덥지근한 걸 보니, 비가와도 큰 비가 한바탕 올 모양이다.

비 오는 날은 유난히 부침개 생각이 많이 난다. 그래서 미리 재료를 준비해 놓을 요량으로 일찍 시장으로 갔다.

부침개 할 재료를 사가지고 시장 좌판 모퉁이를 돌아서는데 “새댁” 하며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나를 부르는 소리 인줄 모르고 그냥 지나치려하는데 다그쳐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 보니, 할머니께서 손짓을 하신다.

고구마 줄기며, 고추, 호박잎 등을 사 가라고 하시면서 펼쳐든 비닐봉지를 쥔 할머니의 손등에는 검버섯이 덮고 있다. 그리고 손바닥엔 굳은살은 십수 년 고단했던 삶의 흔적으로 보였다.

껍질을 깐 고구마줄기와 호박잎을 받아들고 돌아오는 길, 머릿속에는 부엌에서 음식을 만드시던 어머니 모습이 영상처럼 하나 둘 스쳐간다.

저녁 찬거리를 사다 놓으신 어머니 장바구니를 기웃거리다 부엌에서 들려오는 도마질 소리를 듣고 지금 어머니는 무얼 썰고 계시는구나! 짐작할 수 있었다.

도마질 소리는 우리의 입맛을 돋우기 시작하는 신호음이었고, 쌉싸래하고 보드라운 쌈 맛이며, 맵싸한 된장찌개 맛은 수저를 들기도 전에 벌써 배를 채울 생각으로 행복했던 시절이 있었다.

텔레비전에서 요리시간에 연예인이나 유명 인사를 불러서 솜씨 자랑을 해도 내 어머니의 손끝 맛과 비교 할 수 없을 것 같다. 음식 맛은 주부의 손끝에서 우러난다는 말이 있듯이 부엌에서 새어 나오는 도마질 소리에 어머니의 가족 사랑이 담겨져 있고, 능숙한 손놀림으로 만들어 낸 사랑의 정성이 있기 때문이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인스턴트식품이나 이름 있는 음식점에는 구수한 우리 한식보다는 양식이 판을 치고 있다. 의례 점잖은 자리에서조차 양식을 선호하며, 남으로부터 대접을 받을 때도 양식이나 일식 점에서 먹어야 대접받은 것처럼 생각하는 나부터 반성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저렴하고 푸짐한 밥상이 있는 쌈밥집이 많이 생겨 다행이다 싶다.

눈앞에 보이는 남산 쪽에서부터 잿빛 하늘이 뒤덮인다. 이내, 우르르 꽝! 하는 천둥소리와 함께 칼날 같은 번갯불이 번쩍인다. 사방이 어두워지고 후두둑 후두둑 굵은 빗줄기가 내리 꽂힌다.

비가 땅을 적시자 지열이 오르던 대지는 금방 식어 버리고 땀이 밴 나의 등에도 땀이 식는다.
오늘처럼 비 오는 저녁엔 갖은 재료를 버무린 부침개를 부치고 풋고추 송송 썰어 잘박하게 된장을 끓일 것이다. 호박잎도 쪄서 토속적인 저녁 만찬을 준비 하며 어머니 손맛과 가족의 진한 정을 느껴 보리라.


P.S  : 경남일보    < 경일춘추 > 2007년 8월 20일 발표작
추천0
  • 트위터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댓글목록

김성재님의 댓글

김성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족과 함께 오손도손 정을 나누는 것만한
아름다움이 어디 있겠습니까.
곱고 아름다운 마음에 머물다 갑니다.
늘, 건강하십시오.
감사합니다.

김성회님의 댓글

김성회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좋은 곳에 사시는 선생님이 더욱 반갑네요
제 고향도 진주쪽이라 그런지 왠지 우리네 정서가 담겨
더욱 정겨운 글을 접합니다,
언제나 행복한 맘으로 건필을 비옵니다.

朴明春님의 댓글

朴明春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ㅎㅎ
반갑습니다
엊그제 의령신문발행인님 만나뵙고 인사 정중히 드렸습니다.
사방이 어두워지고 후두둑 후두둑 굵은 빗줄기가 내리 꽂힌다.
~
느낌 합니다
감사합니다^^

빈여백동인 목록

Total 15건 1 페이지
빈여백동인 목록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추천
15 이미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83 2007-11-12 8
14
가을에는 댓글+ 6
이미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23 2007-11-02 9
13 이미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4 2007-11-01 9
12
아름다운 동행 댓글+ 8
이미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45 2007-10-12 1
11
가을 입성 댓글+ 3
이미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68 2007-09-01 0
열람중
그리운 손 맛 댓글+ 5
이미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18 2007-08-31 0
9 이미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7 2007-08-15 0
8
유년의 추억 댓글+ 11
이미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7 2007-08-13 1
7 이미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75 2007-07-07 0
6
꿈속에 울 엄마 댓글+ 3
이미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49 2007-06-15 1
5 이미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2 2007-06-12 0
4 이미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61 2007-06-08 0
3
바람 부는 날에 댓글+ 5
이미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57 2007-03-05 0
2
오월의 소풍 댓글+ 5
이미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65 2006-05-24 0
1
희망의 노래 댓글+ 4
이미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55 2006-05-23 1
게시물 검색
 
[02/26] 월간 시사문단…
[08/28] 토요일 베스트…
[07/03] 7월 1일 토…
[04/28] 5윌 신작시 …
[11/09] 2022년 1…
[08/08] 9월 신작 신…
[08/08] 9월 신작 신…
[06/29] -공개- 한국…
[06/10] 2022년 ◇…
[06/10] 2022년 ◇…
 
[12/28] 김영우 시인님…
[12/25] 시사문단 20…
[09/06] 이재록 시인 …
[08/08] 이번 생은 망…
[07/21] -이번 생은 …
 
월간 시사문단   정기간행물등록번호 마포,라00597   (03924)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4길 17 사보이시티디엠씨 821호   전화 02-720-9875/2987   오시는 방법(-클릭-)
도서출판 그림과책 / 책공장 / 고양시녹음스튜디오   (10500) 고양시 덕양구 백양로 65 동도센트리움 1105호   오시는 방법(-클릭-)   munhak@sisamundan.co.kr
계좌번호 087-034702-02-012  기업은행(손호/작가명 손근호) 정기구독안내(클릭) Copyright(c) 2000~2024 시사문단(그림과책).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