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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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미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3건 조회 1,927회 작성일 2007-09-01 13:51본문
가을 입성
이미순
2007-08-27
요즈음 매미의 울음이 극성을 부린다. 길은 논길도 골목길도 포장 일색이며 틈만 있으면 개발이란 면목에 풀과 나무를 베어버리니 애벌레와 유충들이 마음 놓고 서식할 자리가 사라졌다. 옛날에는 주로 냇가나 뒷동산 느티나무에 붙어 햇볕이 가시기 전에 많이 울었지만 요즈음은 도시고 농촌이 밤낮이 없다. 아마도 곳곳마다 가로등이 밝게 드리우고 있어 밤낮을 구분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현상이 아닐지 모르겠다.
저녁 무렵 매미 한 마리가 내 일터로 왔다. 형광등 밑에서 시끄럽게 울어 댄다.어린 시절 추억을 안은 채 상상의 나래를 펴 한 마리의 매미가 되어 본다.매미는 공기를 마시고 소리 지르기에 목이 갈라지면 아침 이슬로 목을 추기며 살아간다. 살아 있는 동안 물 한 모금 먹지 않는 것부터 박복한 운명일 수밖에 없지만 내 마음의 매미는 흰 구름이 두둥실 떠 있는 하늘을 날고 목청껏 울어주는 매미였고 어린 날의 매미는 토실토실 여문 옥수수와 같았다.옥수수 잎 끝에 앉아 한없이 욕심을 부리고 꽃담으로 드리워진 뜨락에도 매애앰~ 매애앰~ 울어대는 매미처럼 아무런 구속 없이 어디든지 내가 가고 싶은 곳 가기도 하고 마음껏? 떠들고 자유롭고 싶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 이제는 매미처럼 어린 날의 꿈은 없고 손톱 끝에 지워진 빨간 복숭아 물처럼 한낱 추억으로 남아 있다.
자연의 순환은 어김없는 것. 아이 더워 ! 이마에 땀을 훔쳐내던 것이 어느새 아침, 저녁이면 제법 선들거린다. 여름의 끝자락에 아직도 한낮 더위는 가시지 않았는데 온갖 풀벌레들이 목청껏 가을이 오라 외쳐댄다. 가을의 전령사 귀뚜라미. 마루 밑 토방 섬들이나 갈라진 벽 틈에 숨었다 어둠 살 내리면 나타나 리.리.리 선창에 노래 부르면 다른 놈들도 귀뜰귀뜰 소리 지르며 다른 풀벌레들도 뒤따라 노래 부르니 한밤의 교향곡을 만들어 낸다.
자연은 우리네 앞에 풍요로운 가을을 펼쳐 놓는다. 어김없는 질서 앞에서 우리들은 경건해진다. 또한 부끄러워진다. 자연이 저렇게 아름다움과 빈틈없는 세상을 가꾸는 동안 사람들은 무엇을 했는가. 잡초들 눈길 한번 주지 않았어도 저렇게 아름답게 꽃피워 열매 맺어 우리에게 먹을거리를 만들어준다.?? 매미소리, 귀뚜라미 소리가 사람들의 서먹한 대화를 정겨움으로 어우러지게 만들어 가듯이 살다 보면 힘들고 짜증 날 때, 마음이 답답하여 허공에 소리쳐 보고 아무에게나 속마음을 하소연 해 보고 싶을 때가 있다.
가을은 덕지덕지 걸쳤던 마음의 옷을 벗어 던지고 답답한 마음을, 하소연하고 싶은 외로운 자신과 한 점 부끄럼 없이 만나는 그런 계절이 아닌가. 또한 풀벌레 우는 소리라도 곁들여지면 가을의 노래가 되니 좋고 게다가 들꽃 향기가 바람에 묻어 한껏 숨 쉴 때면 탁 트인 자유로움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P.S : 경남일보 < 경일춘추 > 2007년 8월 27일 발표작
이미순
2007-08-27
요즈음 매미의 울음이 극성을 부린다. 길은 논길도 골목길도 포장 일색이며 틈만 있으면 개발이란 면목에 풀과 나무를 베어버리니 애벌레와 유충들이 마음 놓고 서식할 자리가 사라졌다. 옛날에는 주로 냇가나 뒷동산 느티나무에 붙어 햇볕이 가시기 전에 많이 울었지만 요즈음은 도시고 농촌이 밤낮이 없다. 아마도 곳곳마다 가로등이 밝게 드리우고 있어 밤낮을 구분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현상이 아닐지 모르겠다.
저녁 무렵 매미 한 마리가 내 일터로 왔다. 형광등 밑에서 시끄럽게 울어 댄다.어린 시절 추억을 안은 채 상상의 나래를 펴 한 마리의 매미가 되어 본다.매미는 공기를 마시고 소리 지르기에 목이 갈라지면 아침 이슬로 목을 추기며 살아간다. 살아 있는 동안 물 한 모금 먹지 않는 것부터 박복한 운명일 수밖에 없지만 내 마음의 매미는 흰 구름이 두둥실 떠 있는 하늘을 날고 목청껏 울어주는 매미였고 어린 날의 매미는 토실토실 여문 옥수수와 같았다.옥수수 잎 끝에 앉아 한없이 욕심을 부리고 꽃담으로 드리워진 뜨락에도 매애앰~ 매애앰~ 울어대는 매미처럼 아무런 구속 없이 어디든지 내가 가고 싶은 곳 가기도 하고 마음껏? 떠들고 자유롭고 싶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 이제는 매미처럼 어린 날의 꿈은 없고 손톱 끝에 지워진 빨간 복숭아 물처럼 한낱 추억으로 남아 있다.
자연의 순환은 어김없는 것. 아이 더워 ! 이마에 땀을 훔쳐내던 것이 어느새 아침, 저녁이면 제법 선들거린다. 여름의 끝자락에 아직도 한낮 더위는 가시지 않았는데 온갖 풀벌레들이 목청껏 가을이 오라 외쳐댄다. 가을의 전령사 귀뚜라미. 마루 밑 토방 섬들이나 갈라진 벽 틈에 숨었다 어둠 살 내리면 나타나 리.리.리 선창에 노래 부르면 다른 놈들도 귀뜰귀뜰 소리 지르며 다른 풀벌레들도 뒤따라 노래 부르니 한밤의 교향곡을 만들어 낸다.
자연은 우리네 앞에 풍요로운 가을을 펼쳐 놓는다. 어김없는 질서 앞에서 우리들은 경건해진다. 또한 부끄러워진다. 자연이 저렇게 아름다움과 빈틈없는 세상을 가꾸는 동안 사람들은 무엇을 했는가. 잡초들 눈길 한번 주지 않았어도 저렇게 아름답게 꽃피워 열매 맺어 우리에게 먹을거리를 만들어준다.?? 매미소리, 귀뚜라미 소리가 사람들의 서먹한 대화를 정겨움으로 어우러지게 만들어 가듯이 살다 보면 힘들고 짜증 날 때, 마음이 답답하여 허공에 소리쳐 보고 아무에게나 속마음을 하소연 해 보고 싶을 때가 있다.
가을은 덕지덕지 걸쳤던 마음의 옷을 벗어 던지고 답답한 마음을, 하소연하고 싶은 외로운 자신과 한 점 부끄럼 없이 만나는 그런 계절이 아닌가. 또한 풀벌레 우는 소리라도 곁들여지면 가을의 노래가 되니 좋고 게다가 들꽃 향기가 바람에 묻어 한껏 숨 쉴 때면 탁 트인 자유로움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P.S : 경남일보 < 경일춘추 > 2007년 8월 27일 발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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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금동건님의 댓글
금동건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정말 그러내요
귀뚜라미 밤새 울어주고
과일 꽁무니 빨가스레 익어가는 모습
가을이 입성을 한건 분명합니다 고은글 뵙습니다
이선돈님의 댓글
이선돈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들꽃 향기가 나는 바람의 노래 풀벌레 우는 소리도 들립니다
가을에는 건강하시고 허공에다 소리쳐보고 자유롭게 가을노래 불러보시길 바랍니다.
朴明春님의 댓글
朴明春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허공에 소리쳐 보고 아무에게나 속마음을 하소연 해 보고 싶을 때~
그렇습니다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