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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水 香 이 미순
나도 저렇게 늙을 수 있을까 ?
두 손 꼭 잡고 걷는 노부부를 보면서 아침마다 마주칠 때 가볍게 묵례를 하면 할아버지의 입가엔 웃는 깊은 주름은 더할 수 없는 인생이 묻어 나왔다. 중풍 들어 겨우 발걸음 떼시며 아침 운동하는 노부부에게서 많은 것 을 배운다. 걸음걸음 마다 힘겨워 하는 할머니를 할아버지가 부축 해가며 운동하는 노부부로 인해 내 나이 마흔 중반에 접어든 나를 바라볼 수 있었다.
사람이 나이를 먹는다는 건 참으로 고적한 일이라 느껴진다. 겨우 마흔 중반을 넘긴 나이에 이런 말을 한다고 연세 드신 분들이 혀를 차실지 모를 일이었지만 내 기분이 그랬다.
뒷걸음쳐 생각하니 십대엔 이십 이후의 삶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이십대의 푸른 청춘이 시들은 자리에 무슨 삶이 지속될 것인가라는 생각을 했었다. 사십 넘은 사람에게는 꿈 대신에 시들은 사랑과 권태로운 생활만 있을 것 같았다.
그때에 사십이라는 나이가 영원이 오지 않을 줄 오만을 떨었었다. 사람이 한 살 씩 나이를 먹는다는 건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십대에서 사십대로 뛰어 넘는다면 그 사실을 감당치 못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을 것인가 그런 오만을 떨었던 나 자신을 어찌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
막상 마흔 중반이 되고 보니 제일 먼저 내 머릿속에 스친 생각은 ‘비로서 나이가 들었구나’ 이었다.
나도 모르게 잃어가는 것과 얻은 것을 저울 위에 올려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었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족은 있지만 그 나이와 더불어 잃어가는 건 친구들이었다.
아이들 키우고 살면서 친구들도 하나 둘 잃어 갔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통화 하다가 각자의 생활에 쫓겨 자연스레 소원해진 것 이다.
벼랑 같은 세월에 떠밀려 끝없이 헐떡일 때 칸칸이 불을 밝히고 있는 무수한 불빛들, 각자의 울타리 속에 숨어 사는 달팽이가 연상된다.
제 스스로 집을 지어 몸에 이고 다니는 달팽이처럼 그러고 살고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제각각 조그만 섬 안에 갇혀 있는 건 아닌가 싶었다. 물론 그것이 인생이라 인정하고 살면 그만일 터였다.
사각의 콘크리트 벽이 다닥다닥 붙은 우리 안에서 우리네 생애를 걸고 부나비처럼 바둥대고 있다는 걸 느껴본다. 하루를 실낱같은 거미줄에 매달려 풍선처럼 떠다니다가 가벼운 생을 마감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이미 살아온 날들로 이루어진 지금의 내가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아는, 그래서 가려울 때 등 긁어주고 평생 말동무 되어 주는 내 옆지기 건강에 신경 써야겠다.
우리네 인생이 더러는 생채기에 아파하고 더러는 새털같이 가벼운 환희도 맛보면서 무엇이 애(哀) 고 무엇이 낙 (樂)이었던가? 정말 보잘것없는 한낱 달랑 손에 잡히는 성냥갑인 것을.......
나이를 먹을수록 늙어 가는 모습이 초라해지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도리어 늘어나는 백발만큼이나 나이 들어서도 저렇게 아름다운 사람일 수 있다는 걸 느껴본다. 아침에 만나면 미소를 잃지 않고 환하게 웃는 노부부처럼 누군가 심금을 울리고, 감동을 줄 수 있는 아름다운 동행이 있어 좋다
모든 것을 반사해버리는 따사롭게 비치는 가을 햇살 속에 상큼한 바람 한 줄기가 코끝을 스친다.
댓글목록
김영배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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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고귀한글에 숙고하고갑니다
나이먹을수록 서로의지하고 대화할수있느사람이
바로 부부 밖에 없는것 같습니다...영원히 머무르는 순간까지
감사합니다....
강인자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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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은 그래도 남보다 동행이 하나 더 있지 않습니까. '글'과의 멋진 동행. 잘 읽고 갑니다.
최승연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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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글 뵙고 갑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박정해님의 댓글
박정해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노부부의 아름다운 동행 부럽습니다
고적한 사찰의 오솔길을 옆지기님과 걸어가는 시인님을
상상해 봅니다
전 * 온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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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이 있다는 것은 우선 외롭지 않다는 것이지요
동행이 있다는 것은 인생이 아름답다는 것이지요
우리네 삶이 행복하다는 것은 동행이 있어 외롭지 않다는것이지요
동행, 참으로 아름다운 말입니다.
김성재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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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동행이네요.
고운 글, 감사합니다.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
이월란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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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나비처럼 바둥대는 고적한 발걸음
옆에서 걸어가는 동행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아름다운 사색의 글에 마음 내리고 갑니다.
고운 주말 되시길 빕니다.
금동건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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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아름다움이라 말로 귀하고 멋진 인생이 아닐까요
이미순 시인님 문자 전화 격려의 말씀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