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뽑혀지는 쑥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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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강인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3건 조회 1,221회 작성일 2007-10-2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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뽑혀지는 쑥갓

잡초 뽑는 날이다. 몇 해 전에 내가 속한 단체에서 마을 안 버려진 공터에 소공원을 만들었다. 음식물 쓰레기는 썩어서 악취가 심했고, 버려진 지 몇 년 된 것 같은 옷가지들도 썪지 않은 채 우리의 코를 막게 했다. 비닐이며, 부엌용품, 우산, 신발, 소주병, 음료수 캔, 일회용 그릇 그리고 보기에도 민망할 쓰레기들이 널부러져 있었다. 코를 막아가며 쓰레기는 치우고 쓸데없이 우거진 잡초들은 제거하고, 심어서 한 번도 돌봐준 것 같지 않은 나뭇가지는 잘라내고, 파인 곳은 흙으로 메우고 다졌다. 나무 의자 몇 개 놓고 잔디를 심고, 철쭉을 심어 놓으니 그럴듯한 소공원이 탄생 된 것이다.
우리는 주기적으로 이 곳에 모여 쓰레기며 잡초 등을 치우고 뽑고 하면서 깨끗한 공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오늘이 그 봉사날인 것이다. 이제는 철쭉도 자리를 잡아 자기만의 멋을 한껏 부리고 있다. 우리의 임무는 철쭉이 자태를 더 자랑 할 수 있도록 철쭉 주위에 있는 잡초들을 뽑아주는 일이다. 철쭉 사이에서 번식하는 잡초들을 호미와 낫으로 열심히 뽑고 있는 데 그 사이에 노란 꽃이 핀 잡초가 많이 있었다. 그 꽃은 자그맣고 앙증맞게 피어 있는 게 참 예뻤다. 나는 어디선가 본 듯한 풀인 것 같았지만 생각이 언 뜻 들지를 않았다. 들꽃 박람회에서 봤었나 하면서 그 꽃 하나를 뽑고 이 꽃 이름이 뭐냐고 묻자 양 옆에서 이구동성으로 들꽃이 아니고 쑥 갓이란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쑥갓이 맞았다. 쑥갓을 식탁에는 자주 올렸어도 꽃핀 모양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몰랐던 것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쑥갓이 이 곳에 자리를 잡아 자랄 것이라고는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몰랐던 것이다.
쑥갓은 우리 식구가 즐겨먹는 채소 중에 한 가지다. 매운탕과 지리에 마지막 마무리로 넣으면 생선의 비릿한 맛을 잡아주고, 그 독특한 향이 입안을 그득 채운다. 또한 제 철에 쑥갓을 끓는 물에 살짝 데쳐 국 간장, 깨소금, 그리고 참기름 한 방을 떨어 뜨려 조물조물 무치면 그 맛 또한 일품이다. 특히 회 무침에는 깻잎과 같이 뺄 수 없는 필수적인 채소 중 한 가지다. 또한 요리에 직접적으로 간여 할 뿐만 아니라 음식을 한껏 모양 낼 때에도 접시 가장자리, 음식 위와 옆에서 제 몫을 톡톡히 해 내는 존재다.
지금 나는 그 쑥갓을 뽑아내고 있다. 이곳에 잡초로 자라 우리를 이 새벽부터(낮에는 자기 일터에서 일을 해야 되는 사람들이라서 이 단체는 평일에는 새벽 6시에 모여 봉사한다.) 고생하게 한다고 투덜거리는 욕을 먹으면서 뽑혀지고 있는 것이다. 채소 가게에 있었으면 사람들한테 사랑받고 대접 받을 쑥갓이 엉뚱한 곳에 있기 때문에 쓸데없는 잡초가 되어 뽑혀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 쑥갓들은 자기 때문에 사람들이 고생하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 식물이니까 모르는 것이 당연하겠지. 인간과 같은 사고 체계를 가졌다면 그 자리에서 우리를 고생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큰 잘못 없이 손해보고 고생하는 것을 내 주위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것으로 보았을 때 이 잡초 같이 자기가 설 곳에 있지 못한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아니면 그 곳이 자기 자신한테 잘 맞는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일까. 사고하는 능력을 부여받은 우리 인간들도 자기 자리가 아닌 엉뚱한 곳에 많이 자리를 잡은 것은 사고를 못하는 식물과 뭐가 다를까. 이렇다고 했을 때 우리 인간과 잡초인 쑥갓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잡초는 누군가에 의해 쉽게 뽑혀지지만, 인간은 그렇지 않다는 점인가. 꽃피고 씨가 맺기 전에 뿌리 째 뽑아줘야 다음 해에는 그 잡초가 자라지 않는다. 시기를 놓쳐 다 자란 후에는 잡초를 제거해도 이미 보이지 않은 땅 속에서 다음 해에 잡초로 자라날 준비를 한다. 이 점도 우리 인간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철쭉 사이에 잡초로 자란 쑥갓을 뽑으면서 과연 나는 어떤가를 한 번 자문 해봤다. 한 부모의 딸로서, 자식의 어머니로, 한 남자의 아내로, 며느리로, 그리고 이웃으로,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뽑히지 않을 위치에 성실히 서 있는지를 되돌아본다. 식탁위에서 맛나게 제 역할을 다하는 쑥갓인지, 아니면 남을 고생시키는 쑥갓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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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朴明春님의 댓글

朴明春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잘못 없이 손해보고 고생하는 것을 내 주위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것으로 보았을 때 이 잡초 같이 자기가 설 곳에 있지 못한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공덕이 살아 숨쉬고 있네요~~

강연옥님의 댓글

강연옥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0월 문예지를 받고 사진을 보고나서야
여고 동창이 수필신인상을 받은 것을 알았네.
참으로 축하한다. 빈여백 동인으로 활동을 하게 되서 기쁘고
앞으로 좋은 글 많이 창출해서 독자들이 사랑을 받는 작가로 거듭나길 바랄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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