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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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조
김현길
산마루에서 소를 찾아 헤매다가
우연히 방아도에 빠진 낙조를 보았지
그때의 황홀함이란, 소를 찾는 것도 잠시 잊고
멍~하니 바라다보고만 있던 소년
가시내들과 어기여차 뱃놀이를 했고
놋가락 끝에 하얗게 시그리가 일던
그해 여름밤은 참으로 즐거웠었지
선창가 집어등 불빛아래 그물을 깁던 어부는
자식 월사금 낼 걱정하던 우리 아버지들이었고
가난에 신물 난 우리들은 계획도 없이
더러는 부산으로 서울로 반봇짐을 쌌었다
이런 아련한 추억들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느새 겨울 해는 서좌리 쪽으로 기울었고
시그리 일던 그 바다에 홍돔 떼가
금비늘을 마구 뿌려대고 있었다
아, 노을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고
언덕배기에 턱 고이고 앉아
동무들 얼굴은 어릴적 그대로인데
나만 혼자 늙어가고 있다며
중년의 남자가 주책을 바가지로 떨고 있는
어떤 날의 오후.
* 방아도, 서좌리: 거제시 둔덕면 내 고향 앞 바다의 섬 이름
*시그리(야광충): 여름날 밤바다에서 작대기나 손으로 저었을 때 하얗게 일어나는 착시현상
김현길
산마루에서 소를 찾아 헤매다가
우연히 방아도에 빠진 낙조를 보았지
그때의 황홀함이란, 소를 찾는 것도 잠시 잊고
멍~하니 바라다보고만 있던 소년
가시내들과 어기여차 뱃놀이를 했고
놋가락 끝에 하얗게 시그리가 일던
그해 여름밤은 참으로 즐거웠었지
선창가 집어등 불빛아래 그물을 깁던 어부는
자식 월사금 낼 걱정하던 우리 아버지들이었고
가난에 신물 난 우리들은 계획도 없이
더러는 부산으로 서울로 반봇짐을 쌌었다
이런 아련한 추억들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느새 겨울 해는 서좌리 쪽으로 기울었고
시그리 일던 그 바다에 홍돔 떼가
금비늘을 마구 뿌려대고 있었다
아, 노을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고
언덕배기에 턱 고이고 앉아
동무들 얼굴은 어릴적 그대로인데
나만 혼자 늙어가고 있다며
중년의 남자가 주책을 바가지로 떨고 있는
어떤 날의 오후.
* 방아도, 서좌리: 거제시 둔덕면 내 고향 앞 바다의 섬 이름
*시그리(야광충): 여름날 밤바다에서 작대기나 손으로 저었을 때 하얗게 일어나는 착시현상
추천4
댓글목록
전 * 온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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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가는 육신을 이끌고
낙조앞에 드러내면
온갖 추억들이 휘몰아치지요
그러나 오늘도 어김없이 낙조는 아름답고
추억은 회한에 젖어 갑니다.
김현길 시인님, 반갑습니다.
허혜자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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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련한 옛 추억
잘 감상 하고 갑니다
건안 하십시요.
최승연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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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인생 한번 격어야 할 낙조!
즐감하고 갑니다.
환절기 감기조심하세요 시인님^*^
김하영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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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향기가늘씬풍기네요 낙조는인생의황혼을뜻한다고경허스님의말씀이떠오르네요
김시인님건강은어떠세요항상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