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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맡아 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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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한관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2건 조회 1,317회 작성일 2007-05-07 22:33

본문

  날 맡아 주시겠습니까.

                    한 관 식

 

정동진을 만나러 갑니다.

그 바다, 당신이겠지요. 기차에 몸을 싣습니다. 나는 구겨지고

삶의 한쪽 허물어져 북적거릴수도 없는 시간을 짐칸에 두었습니다.

차창밖은 왜 저리도 날렵하게 혀를 내밀고 있나요.

그래, 놀려도 좋을 내가 보인다면 인정합니다.

몇개의 역을 거치고 몇개의 졸음을 거치고, 순한 기억들이

나를 에워싸고 정동진이 가까워질수록 눈물이 고입니다.

투박한 밀차의 바퀴소리가 당신을 옮겨놓고 있습니다.

역은 수평적 이동 공간안에 존재 합니다. 고작 저것이었나요.

내 바다의 선로가 닿는 곳. 사실은 이만큼의 기대가 그답지 않는 실망을 안겼군요.

돌아가고 싶지만 청춘을 실은 기차가 떠났습니다.

푸석한 웃음, 당신 앞이었죠. 그러나 일말의 기쁨

뭔가 보여주기 위해 허리끈을 풀어 철썩 후려 칩니다. 때리고 싶었나요.

나는 당신의 허리끈에 발목을 적십니다.

가만. 얼굴을 왁살스럽게 잡아채며 갈라지는 턱관절.

지느러미도 없는 날, 어쩌려고 아가미 하나 선물합니까.

아가미 하나 더 보태어 잠수 할지 몰라도

내 꿈은 유선형의 푸득거림입니다.

그래도 맡아 주신다면 기꺼이 하루해를 더 보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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