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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랑했는가, 열심으로 사랑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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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한관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4건 조회 1,703회 작성일 2007-08-03 05:57

본문

  소설

  우리 사랑했는가. 열심으로 사랑했는가.

                              한 관 식


 

날, 겁탈해 줄래. 시현아.

 잠깐, 눈 뜬 내가 보였다. 거울 속에 익사 할 것처럼 풍덩 빠져 있는 나와, 눈을 마주 치고,무심히 창 밖을 보았다. 카스테라 부스러기처럼 아침이 흩어지고 있었다. 몇 시일까. 이미 일곱 시에 멈춰, 뻐꾸기는 둥지를 찾지 못하고 마름모꼴 형틀에 묶여, 날개 접은 모습으로 정지 된지 오래였다. 그 낯선 시간의 암벽. 늘 건전지 산다에 자유로울 수 없는 이 공간. 그러면서 암벽타기에 길들이지기 위해 하찮은 의미의 선상에 뻐꾸기 시계를 올려놓고, 건망증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다시 눈을 감았다. 잠이 사선을 그으며 빗줄기처럼 내렸다.
또 얼마나 잤을까. 계란장수 소리에 눈을 떴다. 탄탄한 햇살이 창가에 매달려 있었다. 두 팔로 온몸을 지탱하며 일어났다. 모니터를 켰다. 물을 마시면서, 모습을 드러내는 화면을 생소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메일 한통이 도착 되어 있었다. 그녀였다.
손끝이 얄샤하게 저려오는, 감꽃을 닮은 그녀였다.
날 겁탈해 줄래. 시현아. 나는 갠지스강에 머무른다. 지금 풍경이 예사롭지 않다. 도도히 굽이쳐 흐르는 저 물살을 걸러내고, 약속된 수많은 사람들은 반라로 물에 잠겨, 복종으로 교감을, 신앙으로 영생을, 무욕으로 일탈을 꾀하며, 절대자에게 다가가는 침묵의 간절한 아우성이 여기 있다. 나는 여전히 방관자다. 서울에서도 뭄바이에서도.
내가 외롭다는 것은 네가 없기 때문이다. 내가 버린 서울에 널 두고 왔기 때문이다. 어느 낯선 도로를 달리다가 카페에 들러, 네게 메일 띄운다. 시현아.
겁탈 할 수 없는 거리에서 나는 포옥 한숨을 쉬었다. 
등받이에 한껏 체중을 싣고 깍지를 낀 손으로 머리를 안았다. 이마 한 귀퉁이에서 물 혹이 생긴 듯 찰랑 거렸다.  어젯밤 우리의 기억 속엔 그다지 선명하지 못한 시간들로 가득했다. 몇 차례의 술잔과 몇 병의 술병과 무모한 투정들로 서로를 묶어 두고 있었다.  「도시인」의 마지노선. 최첨단 병기로 무장한 전선의 특공대, 열 일곱명.  잡지 「도시인」을 인수한 대표이사는 칭찬을 사양하지 않았다. 상례적인 인사말을 접어두고  오래전, 한솥밥을 같이한 동고동락으로 밀어 붙이며, 그 이윤즉슨「도시인」의 극렬 독자였다나. 칼날이 무뎌지면 내가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대표이사의 전력은, 청과물 조합장이었다. 날이 선 칼날에 베여도 위자료 청구하지 않을 테니, 내 손 꽈악 잡으라며, 일일이 손아귀 힘으로 대표이사의 자리를 굳히고 있었다.
천군만마의 체온을 느낀 내가 백제 의자왕이 부러울소냐. 파하하하.
뒤 끝이 개운하지 못한 파하하의...여운, 하만 비릿하게 남아 있는 열 일곱명은 술잔에 가속을 더하면서, 가로등 불빛을 출렁이게 하는 똘망한 새벽을 보았다.
몇은 대리운전을 불렀고 몇은 도시의 사냥꾼처럼 번득이는 본능을 앞세우며 휘적휘적 사라졌다. 마르고 닳도록 씹어 삼키던 대표이사의, 높은 벽만 남겨둔 채.
-남기자, 설마 날 두고 가진 않겠지.
이대로 집에 찾아 들어가긴 왠지 억울한, 한잔 더를 위해 느슨한 발걸음을, 편집부장은 세웠다.
-아, 부장님. 사모님께서 기다리시잖아요.
-후, 젊은 기자의 피를 수혈하고 온다는데, 마다할 수가 있나. 그렇지?
고단한 주행으로 트럭 한대가 새벽 안으로 들어 왔다. 박부장이 트럭 불빛에 미간을 찡그리며 하품을 하였다.
-타르점, 본 적 있나?
-.....
-지금, 타르점 보러 가는 길이야. 순순히 동행해 줄꺼지?
이미 박부장은 일행과 헤어질 때부터 행선지가 정해져 있는 듯 하였다. 그 행선지의 같은 선상에 내가 놓여져 있다는 이유로, 동행의 낙점을 받았으리라.
시내를 조금 벗어나자, 작은 광장이 나왔고 거기, 다닥다닥 반 평 남짓한 천막들이 조가비처럼 붙어 있었다. 어느 점집엔 대학생으로 보이는 연인들의 긴 행렬이 장사진을 이루고, 이 시간까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불을 밝히고 있다는 것만으로 대견해 하는 어느 점집도 있었다. 
-붐비는 곳은, 기다릴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아 별로지. 한산한 곳은 불신의 마음을 앞세워 호쾌한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지. 그래...서, 항상 안전빵, 중간, 붐비지도 한산 하지도 않는, 바로 저곳.
박부장의 검지 끝이 닿은 점집은, 마악 손님이 일어서고 있는 곳이었다. 커튼을 들추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삼십대 초반의 여자가 무미건조한 얼굴로 맞이하였다. 그러다가 박부장을 보자 가벼운 목례로 단골임을 입증 해주었다.
-궁합을 보려고 하는데요. 회사를 인수한 사장과 사원들, 궁합을....
나는 조금 의외다 싶어 멀뚱하게 부장을 쳐다보았다. 내 시선을 무시하고 부장은 여자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생년월일?
-아는 것이라곤 이름밖에...
아래로 시선을 두고 있던 여자는 쓰윽 우리를 번갈아 쳐다보더니 입가에 엷은 미소를 배여물었다.
그러면 보려고 하는 사람의 얼굴을 머릿속에 떠올리세요. 행동 하나하나, 아, 말투도 괜찮고, 웃음, 등등 그 사람에게 접근 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지름길을 택하세요.
여자는 자신의 말에 스스로 감탄한 듯, 눈 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자, 이제 아홉장의 카드를 선택하세요. 물론 마음속엔 그 사람이 살아 있는 겁니다.
신중하게 박부장은 잠시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마음을 굳혔는지, 아홉장의 카드를 뽑아 건네주었다. 여자는 일렬로 카드를 열거한 뒤 설명에 들어갔다.
-창을 들고 있네요. 사장은 자신의 영역을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지킬 것입니다. 누군가 방패를 들고 있군요. 창과 방패, 결코 만만치 않는 싸움이 되겠는데요. 누가 승리를 하던지 바닥엔 흥건하게 피로 물들 것입니다. 보이시죠? 피바다를 헤엄치는 한 무리를. 허우적거리며 익사하는 희생자도 생기겠는데요. 부딪히지 마세요. 사장은 강합니다. 강한 만큼 암초에 부딪히는 최후도 나올 수 있지만...그건 다만 희망사항일 뿐, 사장의 힘은 백만 스물 둘, 백만 스물 셋, 강력 건전지 그자체일 것 입니다.

 -얼마만큼....?
타르점을 보고 나온 박부장의 어깨는 습자지처럼 얇아 보였다. 카드 몇 장의 그림을 맞추어 먹이를 구하는 여자의  말을, 백 프로 신뢰하는 모습에서 중늙은이의 불안감이 뭉텅뭉텅 알몸을 드러내고 있었다. 어느 세월이 흐른 어느 날, 내 모습도 닮아 가고 있겠지.
-과연 얼마만큼 신뢰 할 수 있을까. 빠듯한 내 삶이 가여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 그 이상일수도 있지. 허나 분명한 것은 착착 달라붙도록 잘 맞춘다는 것이지. 후후. 남기자. 이건 비밀인데...절대 울타리를 넘지 않는 속에서 타르점을 즐긴다 할까. 뒤 돌아보면 언제든지 달아날 구멍은 남겨두지. 고양이에게 덤벼들기엔 내가 부양해야 될, 반듯한 가족들이 있거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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