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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따라 늴리리야 니나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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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1,479회 작성일 2020-04-06 13:25

본문

길 따라 늴리리야 니나노

 

 

이 순 섭

 

 

땅바닥 벽돌이 만들어준 길

곧은 일직선, 그 길이 아니었다

 

햇빛 들어온 자리

오래된 어머니 항아리 옆

쥐덫에 연필 깎아주는 할아버지

잘 깎인 연필로 편지 쓰는 할머니

말이 글로 바뀌어 고추 방앗간 우체국

또다시 걸어가야 하는 길

바라보는 눈길 따라 피어나는 눈꽃

햇빛이 빛나 쌓인 눈

감싼 발바닥에 더렵혀진 빨간 카펫

마대 물걸레로 더렵혀진 발자국 지운 자리

다가온다는 일기예보에도 첫 지하철

성수역(聖水驛)에 닿으면 발빠진 쥐를 외쳐댄다

늴리리야 늴리리, 발빠짐 주의

 

알려주지 못한 앞니 흔들림에도

작은 아픔 찾아와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음식들 그래 내려라

내리려면 내려라 눈아 그때뿐이지

세워놓은 항아리 눈이 내려 쌓이지 못하게

딸기 쌓아놓은 빨간 바구니 엎어 놓는다

힘 있는 눈발 쥐가 없는 무덤 옆

나무뿌리까지 스며들어 약해져 늴리리 니나노

내리고 쌓이고 녹으면 물이 되는 것

어머니 항아리 공중에 떠있다

니나노, 늴리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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