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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바람 좀 피우고 올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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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6건 조회 1,220회 작성일 2008-03-16 14:17

본문

나, 바람 좀 피우고 올께


                                                                                        이 월란



내 가슴 향해 조막손을 벌리던 꼬맹이 아들, 이제 다 커버려
내 머리 위에서 능글능글, 징글징글
밥숟가락 참새처럼 받아먹던 그 시절
집에 오면 한국말, 탁아소에선 영어
여물지도 못한 머리 굴려 겨우 말문이 트였을 때
큰 잘못 저지르고 회초리 든 엄마의 고함소리
<다신 안그러겠다고 대답해, 빨리 대답 안해?>
잔뜩 겁에 질린 두 눈을 요리조리 굴리다 겨우 내뱉은 말
<흑흑흑 “대답” 흑흑흑흑>

눈 내리던 겨울 밤, 모자도 입고, 양말도 입고, 신발도 입고
부자(父子)가 나란히 나가던, 뒤뚱거리는 모국어의 오리걸음을 보며
한국어를 엉터리로 하면 귀여운데 영어를 엉터리로 하면 왜 무식하게만 보였을까
약육강식의 세상에서 뼛속까지 파고든 문화적 사대주의의 잔재였을까

이방의 땅으로 분재되어 운명의 디아스포라가 된 이민 1세들은 먹고 살기에 바빴고
1.5세들은 김치냄새 말끔히 씻어내고 혀를 잘 굴리는 것만이
원시적인 아이들의 세계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출구였을 터
예민했던 목숨이 하루에도 몇 번씩 붙었다 떨어졌다 했을 소용돌이 속에서

한국말 안쓰고 살다가 마누라 잘만나 일취월장 한국어 실력이 오른
신혼 초의 그 남자, 평강공주 앞에 선 바보온달처럼
냉정한 대화에 길들여진 사람과 성급한 분노에 먼저 길들여진 사람과의
자못 심각했던, 처음으로 치러낸 부부싸움 도중
타임아웃을 요구하며 심각한 모습으로 문을 나서며 했던 말
<나, 바람 좀 피우고 올께>

전쟁 다음 날 아침, 화해의 신선한 무드를 유지하려
꽤병을 부리며 하는 말
<나, 몸통 났어>
<몸통이 뭔데?>
<왜 있잖아--유식한 척하며--두통, 복통, 치통..........몸통 말야>

나의 과거를 둘이서 작당을 하고 훔쳐선
똑같이 갈라먹었는지 지금은 키도, 목소리도 똑같아져 버린
나의 모습이 동공 속에 늘 거꾸로 박혀 있는
합법적인 한 쌍의 사랑호운* 나의 도적떼

                                                                                      2008-03-15


* 사랑홉다 : ‘사랑옵다’의 원말, 사랑스럽다
추천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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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손근호님의 댓글

no_profile 손근호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부군의 한국어, 시를 잘 읽었습니다. 영어에, 통증이란 의미인 ache를 어미에 두는 것 때문에. 몸통이란 말을 하셨군요. 많이 웃었습니다.
부부애 휼륭합니다.

정유성님의 댓글

정유성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사랑호은 나의 도적떼...

시인님의 글을 읽고
아침부터 술목이 마릅니다.
아직 없는 그대 향한 목마름인지
아직 없는 나의 아가에 대한 목마름인지...

제 3의 눈에서 눈물이 흐릅니다...

에고...^^*

장대연님의 댓글

장대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릿한 옛 기억의 아픔이 배어있지만,
잔잔한 여운이 남는 글 흥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이 시인님.
<바람 좀 쐬고 올게. 몸살>의 빛나는 표현 - 지금 생각해도 당시의 부군이 귀여우실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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