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트 칠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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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9건 조회 1,406회 작성일 2007-05-22 10:32본문
이 월란
축구공만한 페인트통에 바다를 퍼 왔다
삶의 햇살에 찌들어 갈라진 황토빛 지붕 위에 앉아
육신의 허리에 심어진 가훼들이 베어지고
청초했던 푸새들도 뽑히어져 황토가 뻘같이 드러나버린
그의 건토에 이제 도도히 바다를 심고 있다
기와지붕 텃밭에 이맛전의 주름살같은 고랑을 파고
한 이랑 한 이랑 뇌수의 꿈조각같은 씨앗을 뿌린다
노가리 한 감청색 홀씨는 바람을 먹고 자랄 것이다
파란 심줄이 돋아난 손목에 쥐어진 붓이 움직일 때마다
쏴아아 쏴아아 파도소리를 내고
사다리를 옮겨 놓을 때마다 철썩철썩 파도가 솟구친다
이마 위의 땀을 닦을 때마다 끼륵끼륵 바다갈매기가 날아가고
하얀 수말이 암벽에 부딪히듯 그의 60평생 뱃전을 두드린다
잠시 고개 든 시선은 정확한 나란히금으로 수평선을 그어
동색의 하늘을 정확히 갈라놓는다
옥개석 가에 둘러쳐진 비닐커버들은 흰포말되어 바람에 나부끼고
뱃전 너머에 총총히 심어진 바다는
가을 아침 햇살에 고기비늘처럼 반짝인다
저 작업이 끝나면
저 남자는 출렁이는 바다 위에 누워 타원형 널빤지를 타고
정년의 여생을 실어 파도타기를 할 것이다
새벽별들은 늙은 등대수가 된 그의 욱신대는 뼈마디마다 내려와
등대불되어 반짝여도 줄 것이다
아침이면 그는 수역으로 둘러싸인 백파의 바다에 뜬
별보다 먼 절해의 외딴섬이 되어 있을테니까
2007.5.21
댓글목록
목원진님의 댓글
목원진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페인트칠하는 사나이 제주가 좋아 홀씨도 뿌리고
자신이 펼친 바다에 파도타기도 하는,
아주 낭만적인 모습이 부럽습니다.
손근호님의 댓글
손근호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시의 상상력이 풍부 합니다.
현항석님의 댓글
현항석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노인과 바다" 도 생각나고.....
"빠삐용"도 생각나고.......
이상의 오감도도 생각납니다.
이월란 시인님,,,건필하세요!
최승연님의 댓글
최승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 남자는 출렁이는 바다 위에 누워 타원형 널빤지를 타고
정년의 여생을 실어 파도타기를 할 것이다
저가 그렇습니다.
타월형 널판지에서 아슬아슬 파도타기를 한답니다
정년의 여생을 앞두고...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금동건님의 댓글
금동건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은글 뵙고갑니다
고은날되세요
전 * 온님의 댓글
전 * 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제 가슴에도 그렇게 바다를 그려놓고
하늘을 이불삼아 삶의 순간들을 놓아 보고싶네요.
늘, 아름다운 신선함에 매료를 느끼면서 빠져들곤 한답니다.ㅎㅎㅎ
건안 하시지요? 이월란 시인님!!
강연옥님의 댓글
강연옥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참으로 좋은 시를 접하게 되어 기분 좋은 하루입니다.
행복한 저녁 되시구요. ^*^
이순섭님의 댓글
이순섭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바다와 육지가 겹쳐지며 달려옵니다. 파도에 가려진 섬과 땅에 떨어진 남자의 땀이 굴러 바다로 향합니다. 올리신 글 잘 감상하였습니다.
오영근님의 댓글
오영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늘 좋은 글들 뵙고 있습니다.
인사 드리며 오월 아침...
늘 건안 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