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신(中身)의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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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이 월란
평면 에스컬레이터에 몸을 실어 본 사람이라면 알리라
가만히 서 있어도 뒤로 밀리는 풍경들에 대해
그 위에서 평상시의 보폭으로 걷기라도 한다면
달리는 속도로 낚아채이는 풍경들에 대해
다급한 일로 뛰기라도 한다면
기둥서방에게 머리채를 잡히고 끌려간 화냥년처럼
눈 한번 맞출 새 없이 섬뜩하게 허물어지고 마는 풍경들에 대해
유년의 풍경을, 청춘의 풍경을 KTX의 차창 밖 풍경처럼
그렇게 초점 없이 잃어버리고 만 사람들이라면 이제 알리라
다급한 일도 없는 지금, 평면 에스컬레이터에 올라와 뛰고 있는 것처럼
누군가 늙어버린 땅 밑에 가속의 모터장치를 해 두어
오늘 하루가 또 그렇게 어이없이 휙휙 낚아채이고 말았다는 것을
2007.6.28
댓글목록
전 * 온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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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늙어버린 땅 밑에 가속의 모터장치를 해 두어
오늘 하루가 또 그렇게 어이없이 휙휙 낚아채이고 말았다는 것을" ㅎㅎㅎ
참으로 절묘한 표현 이십니다.
역시 이월란 시인님 이십니다.
제 대신 글을 쓰신것 같네요.ㅎㅎ 고맙습니다.
김영배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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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신이 고의적으로 나를 오해하고
나의 소원을 반만 허락하여 나를 낚아채어가
돌아오지 못하게 하지말기를.....아름답고 훌륭한글에
잠시머물다 갑니다....감사합니다,,
최승연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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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뵙습니다
좋은 일 좋은소식 들었습니다
귀한 시향되어 뵙게될 줄 믿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목원진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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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매일 평면 에스컬레이터에 잠시 오릅니다.
옆에 걷게도 되어 있으나, 일 초라도 빨리 가야지 하는
압박관념에 억눌려 그것이 몸에 마음에 젖어있는 도시의 생활이
된 것 같이 보입니다. 프랑스의 속담에 "천천히 가면 멀리 갈 수 있다."
하는데, 그런가 봅니다. 그리 멀리도 아닌데 내가 먼저 서두릅니다. 오늘도...,
이미순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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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강박 관념이 나이가 먹어 감에 서서히 알게 되네요
가속의 모터장치를 해 둔 것 처럼 시간이 가고 세월이 그저 덧없이 흘러 가네요
에스컬레이터 속에서 이런 시어를 상상해 표현 할 수 있다는 것
이 월란시인님 좋은 글 접하고 갑니다
이순섭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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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身의 세월은 흘러가지만 흐르는 세월 앞에 그저 멍한 채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세월이 이끄는대로 거부하지 않고 아니 거부할 수도 없이 세월 앞에 서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