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어져가는 기억들
페이지 정보
작성자 :![](http://mundan.cafe24.com/gnuboard/data/member/wo/wollonlee2.gif)
![](http://mundan.cafe24.com/gnuboard/skin/board/hp5_basic14/img/btn_email.gif)
본문
이 월란
1
가슴에 손을 넣고
호면(湖面)에 물비늘처럼 떠도는 언어들을 만져본다
건지려다 날 세운 언어에 가슴이 베인다
건져내어지지 못한 언어는 현실과 꿈 사이에 성(城)을 쌓고
성 밖에서 서성이는 자폐증의 아희가 되어간다
붉은 피 흥건히 배어난 기억의 붕대는 술술 풀어지고
2
어린시절 엄마가 담궈 놓은 생리혈 가득한 양동이를 보며
저런 붉은 피를 매일 쏟아내고도 엄마의 얼굴은 눈처럼 희고 눈부셔
사람들이 참으로 모질게 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전쟁영화의 한 장면을 편집해서 놓아둔 것 같던 후미진 삶의 단상
그 알싸하게 젖어오던 삶의 피비린내
붉은 개짐은 하얗게 표백되어가고
하늘 모퉁이는 양동이의 물을 퍼부은 듯 붉어져가고 있었다
3
살아있는 것들의 출혈은 멈추지 않는다
하늘은 혈관 밖으로 본정(本情)을 드러내고
슴베에 찔린 듯 기억의 거즈를 감고
홀로 붉어졌다 희어졌다
낙양(落陽) 아래 심지 없이도
저토록 서러이 타오르고
2007.8.13
댓글목록
전 * 온님의 댓글
![](http://mundan.cafe24.com/gnuboard/data/member/wj/wjs2626.gif)
" 낙양(落陽) 아래 심지 없이도
저토록 서러이 타오르고 "
언어의 마술사 란 표현이 맞을것 같습니다.
제가 늘, 깜짝 깜짝 놀라고 있답니다. 청심환이 필요 할지도......ㅎㅎ
시인님을 알게 된것이 참 행복이다 라고 생각합니다.
시인님의 글로 인해 제 자신을 들여다 보고 있으니까요.
고맙습니다.
김석범님의 댓글
![no_profile](http://mundan.cafe24.com/gnuboard/img/no_profile.gif)
우리의 기억들은 이글거리는 용암속의 잔상들이지요...
영원히 식지도.. 사라지지 않을 가슴속의 기억들..
이곳은 장마의 연속입니다... 여름철, 타국에서 건강관리 잘하시고요...
이순섭님의 댓글
![](http://mundan.cafe24.com/gnuboard/data/member/po/poetnovel0612.gif)
가슴에 붉어져가는 기억들이 흰 붕대에 밑으로 흘린 육신의 피 스며들 듯 밑으로 밑으로 가라앉습니다.
`붉어져가는 기억들` 잘 감상하였습니다.
김성재님의 댓글
![](http://mundan.cafe24.com/gnuboard/data/member/sk/skim0924.gif)
붉어져가는 기억들 속에 빠졌습니다.
아름다운 시어 때문에 더욱 깊이......
감상 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朴明春님의 댓글
![](http://mundan.cafe24.com/gnuboard/data/member/mc/mcp0208.gif)
하늘은 혈관 밖으로 본정(本情)을 드러내고
슴베에 찔린 듯 기억의 거즈를 감고
홀로 붉어졌다 희어졌다
~
음미해 봅니다
아름다운 여름으로, 더욱 멋진 여름 나시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