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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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8건 조회 1,890회 작성일 2007-08-17 12:27본문
이 월란
가을이 오면
사람들은 여기저기 멍든 옷을 꺼내 입을 것이다
잎자루에 멍울 선 안토시안을 머금고
홍엽처럼 울긋불긋 야단스레 앓을 것이며
허공의 진율에 몸서리치다
파란 심줄 솟도록 가지 붙든 손을 허망히 놓아버리고
몸을 낮추어 스산한 거리로 나 앉을 것이다
가을이 오면
사람들은 떠나온 빈 가지 아래 님프(nymph)의 무리로 모여
매캐한 내음 사이로 몸을 태우기도 할 것이다
진 잎의 그을음에도 슬픔조차 바닥이 나면
가끔씩 찬 겨울 바람에 미리 몸을 팔기도 할 것이며
이미 가버린 이들의 정령을 생떼거리로 불러모아
하나 하나 다시 떠나보낼 것이다
가만히 있어도 허기진 인파에 떠밀려
그렇게 가을의 독산(禿山)을 비집고 오르면
또 하나, 계절의 강을 무사히 건너오리라
애상의 천탄을 첨벙첨벙 건너오리라
통변의 은사 없이도 내 참회의 기도는
갈잎의 쓰레질로 그렇게 갈걷이를 매듭 짓고
가을의 음산한 재앙을 무사히 넘어오리라
깨질 듯 청모한 가을 하늘 아래서
2007.8.16
댓글목록
현항석님의 댓글
현항석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을이 오면
할 일도, 하고 싶은 일 도 참 많습니다.
그 가을을 보내고 나서 다하지 못함을 아쉬워 하지만....
매년 맞이하는 가을이건만,,, 그때마다 마음설레는 건 또 무슨 연유인지.
더위가 싫어서가 아니라, 마냥 가을이 기다려 집니다.
가을이 오면............
이월란 시인님 안녕하시죠?
점심 후 자판기 커피한잔으로 여우를 누리며
시인님의 작품감상하고 갑니다.
김영배님의 댓글
김영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을이오면 옛추억도
그대 따로오겠지요...감사합니다....
전 * 온님의 댓글
전 * 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을이 그리도 생각 나십니까.
여름이 웬간히도 거북살 스러워 지겨우셨던 모양입니다.ㅎㅎㅎ
이제, 여름도 끝이 보입니다.
유난히 가을을 타는데.....
어이 할지,,,,
김성재님의 댓글
김성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을을 기다리십니까?
아님, 추억을 기다리십니까?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어서 오라, 가을이여...
(전 온 시인님께 죄송.)
금동건님의 댓글
금동건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정말 가을이 기다려 지는군요
아니 가을이 오고 있는것 같습니다
이광근님의 댓글
이광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을의 수채화를 보는듯 합니다 고독한 계절의 감각을 표현 하심을
칭찬합니다 좋은글 마음에 담아감니다
朴明春님의 댓글
朴明春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갈잎의 쓰레질로 그렇게 갈걷이를 매듭 짓고
가을의 음산한 재앙을 무사히 넘어오리라
~
농익은 가을 향기를 맡아 봅니다
마음의 가을, 아름답습니다~
명랑 쾌활한 모습 여전하시지요~
이순섭님의 댓글
이순섭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을이 성큼 다가와 우리 곁에 맴들고 있습니다.
가을에 노래하고픈 실체들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습니다.
`가을이 오면` 잘 감상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