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오시는 방법(-클릭-) 회원가입은 이곳으로 클릭++^^ 시작페이지로 이름 제목 내용

환영 합니다.  회원가입 하시면 글쓰기 권한이 주어집니다.

회원 가입하시면 매번 로그인 할 필요 없습니다.

마(魔)의 정체구간

페이지 정보

작성자 :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7건 조회 1,275회 작성일 2007-09-12 12:19

본문

마(魔)의 정체구간


                                                                                                                                                            이 월란



기억의 길 가에 서 있던 소(牛)들은 늘 먹은 것을 게워 내어 되씹고 있다.

하루는 예정된 빛을 향해, 하루는 예정된 어둠을 향해 주저 없이 달려가도록 나를 부축해 온 것들이 있다. 누군가 떠나 버린, 마른버짐처럼 허옇게 탈색되어 버린 땅 위에서도 혈색 좋게 돋아나 꽃을 피우던 일상의 욕기들. 어느 날은 철제 버팀목같이 든든해 웃음 주었던, 어느 날은 타넘어야 할 가시 돋힌 철창되어 가로막던 인연의 사슬들. 곰삭인 신열이 발음도 거치지 못하고 몸 밖으로 빠져나올 때쯤, 돌아보면 어둠의 옷들이 입혀지고 마는 정체구간이 있다. 후퇴도 전진도 아닌 내 안으로 들어가 고스란히 머무는 시간.

무언가 중요한 것들을 잊고 살아 왔다는, 떨어뜨리고 지나쳐 온 그 무엇인가를 가지러 가고 싶다는 생각에 돌아다 보면 어둠의 옷이 입혀지고 있다. 허물어지던 골목길이, 두 팔 벌린 가로수가, 고개 쳐든 꽃들이 솔기 하나 튿어지는 소리 없이 어둠의 옷으로 갈아 입고 있다. 밤의 세공사가 소리 없이 조각해 내는 어둠의 꽃들. 내게 만져지는 것들은 왜 모두 슬픔으로 변해버리나. 생애의 끄트머리는 언제나 슬픔이라고.

먹고, 마시고, 보고, 듣고, 맡고, 만졌던 것들이 몸의 미로를 거쳐 배설되지 못하고 어딘가에 철퍼덕 주저 앉아 버린 것들, 게워 내고 되씹어 뱉어 내야 하는 것들, 반추되지도 못하는 굼뜬 통증이 두려워 묻어 둔, 페스트같은 열병의 자국도, 죄 앞에 노예의 근성으로 밖에 설 수 없었던 순간들도 바람에 스미듯 어둠의 옷으로 갈아 입는 정체구간, 백태 낀 심경에 태열의 흔적마저 말끔히 지우고 난, 기억의 통로에 가끔씩 서서 타액 묻은 턱주가리를 우물거리던 그 소의 멍하고도 신비한 눈빛을 닮고 싶다.
                                                                                                                                                        2007.9.11
추천0
  • 트위터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댓글목록

김화순님의 댓글

김화순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예정된 하루의 빛과 어둠이 우리네 인생도 소가 되새김하듯
그렇게 역사가 만들어져가고 있나봅니다.
이월란 시인님 그동안 안녕하세요?
항상 좋은글로 만나게 되어 반가워요.
오늘도 좋은하루 행복하세요*^~~

김성재님의 댓글

김성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깊은 통찰에 경의를 표합니다.
마의 정체구간을 어슬렁거리는 어느 것 하나,
시인님의 눈을 벗어나지 못하네요.
하지만
<내게 만져지는 것들은 왜 모두 슬픔으로 변해버리나>,
이 말이 왜 제 가슴까지 죄는지요...

목원진님의 댓글

목원진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기억의 통로에 가끔씩 서서 타액 묻은 턱주가리를 우물거리던 그 소의 멍하고도 신비한 눈빛을 닮고 싶다. >
턱주가리, 해부학의 하악골을 표현하신 것 같은데, 덕분에 여태껏 듣고 보지 못했던 우리말을 접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전 * 온님의 댓글

전 * 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랬만인것  같네요,  이월란 시인님!!
가다보면  정체되어  아득한 기억 속에서  반추되는  추억을  만나곤  했습니다.
씹어도 씹어도  부서지지않는  그런  추억이
가슴 한켠에서  오랬동안  마음을 부대끼게 하던  날,
그런 날엔    멀리  돌아서  가곤  했지요.
시인님의  글이  뭉클거리는 추억을  하나 꺼집어  냅니다.  오늘,

궁금 했습니다.    몇일동안, ㅎㅎㅎ

김성회님의 댓글

김성회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그렇군요 언제나 이월란선생님의 서전에는
높은 철학이 머물고 있음을 알게 합니다.
좋은 서전에 잠시 흔적 내려두고 갑니다.

이순섭님의 댓글

이순섭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마의 정체구간 소의 선한 두 눈이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 가을의 문턱 조석으로 찬바람 불고 늦은 밤 마다 귀뚜라미는 울고 있습니다.
소중한 글 `마의 정체구간` 잘 감상하였습니다.

빈여백동인 목록

Total 460건 10 페이지
빈여백동인 목록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추천
100
눈의 혀 댓글+ 5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74 2007-06-03 0
99
새벽길 댓글+ 7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59 2007-07-20 0
98
그대여 댓글+ 3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70 2007-08-26 0
97
사는게 뭐래유? 댓글+ 6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55 2007-09-15 0
96
미망 (未忘) 댓글+ 9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90 2007-10-04 0
95
같이 댓글+ 10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81 2007-10-24 0
94
카인의 딸 댓글+ 14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22 2007-02-01 0
93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0 2007-03-09 0
92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81 2007-03-26 0
91
주망(蛛網) 댓글+ 6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23 2007-04-13 0
90
길손 댓글+ 6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51 2007-04-29 0
89
사진 댓글+ 8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52 2007-05-19 0
88
상상임신 댓글+ 6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49 2007-06-04 0
87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77 2007-07-03 0
86
파일, 전송 중 댓글+ 10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81 2007-07-21 0
85
별 2 댓글+ 4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47 2007-08-11 0
84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57 2007-08-27 0
83
다녀간 사람들 댓글+ 9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06 2007-10-05 0
82
질투 댓글+ 8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25 2007-03-10 0
81
바람의 밀어 댓글+ 6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2 2007-03-27 0
80
행복사냥 댓글+ 6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5 2007-04-14 0
79
무정물(無情物) 댓글+ 7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24 2007-04-30 0
78
만남 댓글+ 3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72 2007-05-20 0
77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15 2007-06-05 0
76
마작돌 댓글+ 6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17 2007-07-04 0
75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88 2007-07-22 0
74
별리(別離) 댓글+ 3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39 2007-08-12 0
73
가을 짐승 댓글+ 6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7 2007-08-29 0
72
바느질 댓글+ 7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62 2007-03-11 0
71
해빙기(解氷期) 댓글+ 6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6 2007-03-28 0
70
부음(訃音) 댓글+ 7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87 2007-04-15 0
69
시나위 댓글+ 7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60 2007-05-01 0
68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9 2007-05-21 0
67
뒷뜰의 장미 댓글+ 5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85 2007-06-06 0
66
레모네이드 댓글+ 10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05 2007-07-06 0
65
누전(漏電) 댓글+ 3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15 2007-07-23 0
64
댓글+ 9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0 2007-08-30 0
63
물 긷는 사람 댓글+ 8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40 2007-03-12 0
62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13 2007-03-29 0
61
꽃이 될래요 댓글+ 4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58 2007-04-16 0
게시물 검색
 
[02/26] 월간 시사문단…
[08/28] 토요일 베스트…
[07/03] 7월 1일 토…
[04/28] 5윌 신작시 …
[11/09] 2022년 1…
[08/08] 9월 신작 신…
[08/08] 9월 신작 신…
[06/29] -공개- 한국…
[06/10] 2022년 ◇…
[06/10] 2022년 ◇…
 
[12/28] 김영우 시인님…
[12/25] 시사문단 20…
[09/06] 이재록 시인 …
[08/08] 이번 생은 망…
[07/21] -이번 생은 …
 
월간 시사문단   정기간행물등록번호 마포,라00597   (03924)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4길 17 사보이시티디엠씨 821호   전화 02-720-9875/2987   오시는 방법(-클릭-)
도서출판 그림과책 / 책공장 / 고양시녹음스튜디오   (10500) 고양시 덕양구 백양로 65 동도센트리움 1105호   오시는 방법(-클릭-)   munhak@sisamundan.co.kr
계좌번호 087-034702-02-012  기업은행(손호/작가명 손근호) 정기구독안내(클릭) Copyright(c) 2000~2024 시사문단(그림과책).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