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까리 동동(動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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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2건 조회 2,404회 작성일 2014-06-06 09:23본문
아주까리 동동(動動)
이 순섭
사람들은 자신을 나타내는 도장을 가지고 있다.
인주(印朱)가 말라서 잘 찍히지 않는다.
그릇 냉수 위로 먹물 한 방울 떨어져 전체가 뿌옇다.
화면에 정지된 뭉쳐지고 흩어진 구름이 말을 걸어온다.
당신의 몸을 눕힐 수 있는 솜을 준비하고
피마자 씨에서 기름을 있는 힘껏 짜라
못다 한 수은과 넘쳐나는 황을 섞어
쳐다보고 동동(動動).
손 안에 가볍게 잡힐 수 있을 정도의 양을 먹고
몸 속 혈관을 떠도는 밥알을 밖으로 내보내
생명을 끝내지 않고 연장하는 벌판에 꺾거나 떨어진
나뭇잎 찍어낼 붉은 인주(印朱)는 이 세상에 없다.
엄지손가락 지문을 대신하는 무엇으로 만들건
도장으로 표시하고 나타내는 종이 위에
전원이 꺼지기 전 저장하는 기록들
손으로 쓰거나 손가락으로 작동한 글
멀리서 바라보고 동동(動動)
이 세상에 건진 건 단 하나 구름을 먹고
비를 마시고 바람으로 티끌 쓸고
눈으로 몸을 닦아 드러눕는 솜 밭
이것은 흔하지 않은 이름이었다.
붉거나 검거나 파랗거나 나타날 수만 있으면 좋고
빨갛게 표시되면 더욱 좋은 사람들
집안에 가장 오래된 역사가 숨 쉬는 찬장 안
허겁지겁 문 닫는 소리에 놀라
붉게 물든 엄지손가락 내려다보고 동동(動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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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정경숙님의 댓글
정경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도장을 찍을때나 손 지문을 찍을때 필요한 인주나 스탬프,
증표의 증표를 남기기위한 흔적을 나타낼 수 있는
도구에 아주까리 기름을 떨어트려 더욱 진한 윤곽을
그려봅니다
(아주까리 동동) 감상하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김석범님의 댓글
김석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각각의 사람마다 자신을 나타내는 도장이 있지요
아마 드러나지 않는 도장을 표현하기 위하여 조물주는
말의 관문인 붉은 입술의 도장을 준것 같네요
이제 그 도장의 색상도 세상에 묻혀 빛을 잃어가고 있으니
본디 선명한 그 색을 찾고자 발을 동동 굴리다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