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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야 10년차 프로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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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2건 조회 1,685회 작성일 2009-08-28 18:55

본문

          나는야 10년차 프로 주부

                                      이 순 섭

1
눈이 침침하면 나를 보아요.
나는 35세 프로 10년차 주부입니다.
눈이 점점 남모르게 밝아져오네요.
신용카드 찾아가라는 녹음된 전화 목소리
두 번 끝에
카드로 되냐고 전화가 바로 왔습니다.
역시 프로는 프로군요.
내 얼굴은 볼 수 없어요. 긴 머리칼이 덮고 있으니까요.
샤워기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시나요.
공중 같은 하늘에서 보는 모습도 다르고
바닥 같은 땅에서 바라 본 모습은 다릅니다.
나는 수시로 빨래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더 배우고 오세요.

2
겨울이에요 잡소리가 들립니다.
수도꼭지 물이 밑으로 길게 쏟아져 내려
호스같이 길게만 보입니다.
욕조에 물 더 받아야 된다고 합니다.
물 흐르는 소리가 요란합니다.
볼륨을 낮추어야겠어요.
모자이크된 바닥 타일 어디에도 모르게 빛납니다.
욕조 속 거품 물소리 죽입니다.
습기 올라와 얼굴을 가립니다.
죽이는 예술입니다.
사각사각 사과 깎고 싶어요.


3
한라산, 백두산, 지리산, 속리산
산이 보이면 어때
꼭 산행에 한 가지 씩 빼놓고 와
가위
연탄불에 툭툭 말려드는 마른 오징어 굽는 소리
얼굴 표정 변화시켜 본 것을 보고
어디서 듣던 목소리야
찢어진 종이 투명 테이프로 붙이는 걸 좋아해
나는 털 힘이 없어요.
전기요금 절약하려고 환풍기 꺼야겠어요.
그러면 조금 이따 에어컨을 켜야 합니다.
여름은 무더워서요.

4
갑자기 핸드폰 신호음이 울리네요.
목소리는 아주 딴 소리 입니다.
중고차 사려는 고객이에요.
체어맨 천 구백
엄마 차 팔려고 해요.
잡담 끝 알리는 목소리 들려오네요.










추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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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허혜자님의 댓글

허혜자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40년차 주부가 10년차 프로 주부를
따라 갈 수가 없는 < 나는야 10년차 프로 주부 >
감명깊이 감상하였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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