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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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이 월란
그의 뒷모습은 극히 정상이다. 하지만 그가 남기고 간 발자국은 그렇지 못하다. 발자국 하나가 감쪽같이 없어져 버릴 때도, 두 발자국의 크기가 어이없이 다를 때도, 아예 포개어져 어느 쪽인지 알 수 없을 때도 허다하다. 지나간 자국의 상식적인 크기와 깊이는 기대하지 않는 것이 건강상 이롭다. 거짓으로 판명이 나버린 그의 모든 종적들, 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세상이 그렇게 만들었단다. 이상한 그의 뒷모습은 이상한 나라에서 걸어나왔기 때문일까.
그가 먼저 이상해진걸까, 세상이 먼저 이상해진걸까
그가 피해자일까, 세상이 피해자일까
데이지꽃으로 만든 화환 속에서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되어
시계를 꺼내어보던 분홍 눈빛의 흰토끼를 따라가볼까
그럼 내가 흘린 눈물의 파도를 타고
저 거친 세상의 열쇠구멍을 빠져나올 수 있을까
파도치는 바닷가를 달리면서도 젖은 몸을 말릴 수 있을까
놓쳐버린 흰토끼를 다시 찾아 그 이상한 나라를 빠져나올 수 있을까
서글프고도 위대한 나의 착각은, 그는 백보를 갔지만 난 오십보를 갔을 뿐
한 길에 놓여진,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생의 진창이었음을......
어느 동물원의 마지막 우리엔 이런 팻말의 거울이 붙어있다던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동물>
나의 얼굴이 비춰진 거울 속에서 그의 얼굴을 보고 있는 내가
섬뜩, 무섭다
그 이상한 나라의 현재진행형의 역사책을 펼치고
굳이 알고 싶지도, 몰라도 그만인 나의 두 발은
스컹크의 항문샘에서 발사되는 황금색 물총으로
악취가 간간이 흩날리는 그 이상한 나라로
자꾸만 걸어들어가고 있다
2007.8.26
* 편집부-ON-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7-08-27 17:39)
댓글목록
전 * 온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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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가 참 세상이고
어디서 부터가 이상한 세상인지
모든게 뒤죽박죽이 되어 버렸어요.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더욱 이상해 지고 있지요.
이상한 나라, 맞아요, 이상한 나라....
朴明春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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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
아름다운 건필!!
기도합니다^^
김성재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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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다고 생각했기에,
세상은 발전해 왔겠죠.
좋은 글, 즐감했습니다.
짧은 가을이지만, 그 아름다움 만끽하시길.
김영배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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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글에 많이 숙고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이순섭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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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되어 이상한 나라에 들어갔다 천천이 걸어나와 봅니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잘 감상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이필영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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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좋은 글 잘 감상했습니다.
시인님, 이번에 시집 발간하신다면서요? 축하드려요. 시집 출간 기념회 이 곳에 와서 하실거죠? 꼭 오셔야 합니다.
8월에는 그나마 한가했었는데 또다시 바쁜 나날이 될 듯 싶습니다. 일이 나를 사랑하는지 내가 일을 사랑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늘 좋은 글 많이 쓰시고, 좋은 일 많이 생기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