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보다 겨울이 좋았던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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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보다 겨울이 좋았던 까닭은
이 순 섭
엄마
작은 손수레 밀고 가는 것 보다 머리에 이고 가는 게 편하지요
그래서 작은 체구에 목이 짧은 엄마
내려가는 길
숨이 턱에 바치게
집집마다 배달하고 이따금 길 가던 사람 사 마시는 농축된 음료
밀고 올라오는 아줌마
엄마
끝에까지 왔나 봐요
석간신문 사라진 새벽 신문배달
어느 부모님 대신 눈 내려 길에 쌓인 날
청년이 타는 자전거 뒤 바구니에 담긴 우유배달
우유팩 · 우유병이 몇 개나 되겠어요.
아줌마 내려가는 길
밀지 못하고 당기고 있네요.
늘어난 고무줄 다시 제 위치로 오는 시간만큼이나
잡아당기는 힘에 의지해 속도 줄어
힘에 바친 호흡 따라 올라오는 차 쌩쌩 달려요.
내려놓는 무게만큼이나 가벼워지는
바구니나 리어카 같은 빈 공간
손에 가까이 다가올수록 채워져 없어져야
정해진 시간이 끝나는 꿈같이 어려운 시절
엄마
얼굴 흔적 가린 머플러 겨울바람에 차갑게 느껴집니다.
여름에도 소매 긴 옷 입고 겨울에야 제 모습대로 이어진
육체의 유전이 흘러들어
반바지 무척이나 싫어 피할 만큼 피하고
여름에 체육복 바지 위에 교복 바지 입고 등·하교하는 길목
차라리 겨울에는 내복 대신 따뜻했답니다.
이 순 섭
엄마
작은 손수레 밀고 가는 것 보다 머리에 이고 가는 게 편하지요
그래서 작은 체구에 목이 짧은 엄마
내려가는 길
숨이 턱에 바치게
집집마다 배달하고 이따금 길 가던 사람 사 마시는 농축된 음료
밀고 올라오는 아줌마
엄마
끝에까지 왔나 봐요
석간신문 사라진 새벽 신문배달
어느 부모님 대신 눈 내려 길에 쌓인 날
청년이 타는 자전거 뒤 바구니에 담긴 우유배달
우유팩 · 우유병이 몇 개나 되겠어요.
아줌마 내려가는 길
밀지 못하고 당기고 있네요.
늘어난 고무줄 다시 제 위치로 오는 시간만큼이나
잡아당기는 힘에 의지해 속도 줄어
힘에 바친 호흡 따라 올라오는 차 쌩쌩 달려요.
내려놓는 무게만큼이나 가벼워지는
바구니나 리어카 같은 빈 공간
손에 가까이 다가올수록 채워져 없어져야
정해진 시간이 끝나는 꿈같이 어려운 시절
엄마
얼굴 흔적 가린 머플러 겨울바람에 차갑게 느껴집니다.
여름에도 소매 긴 옷 입고 겨울에야 제 모습대로 이어진
육체의 유전이 흘러들어
반바지 무척이나 싫어 피할 만큼 피하고
여름에 체육복 바지 위에 교복 바지 입고 등·하교하는 길목
차라리 겨울에는 내복 대신 따뜻했답니다.
추천3
댓글목록
전 * 온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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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이 얼마나 아픈 고통이었을까요.
그러나 소망을 가슴에 두면
바퀴의 구름처럼 마음이 가벼웠는지도 모르지요.
우리들 가슴에도 늘 계절에 맞지않는 삶이 들어 앉아 있지요
그 체육복 바지 처럼..ㅎㅎ.
김석범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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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모정과 추억으로 가슴을 자극합니다
이제는 노모로 기력이 쇠하신 엄니를 생각하면서...
허혜자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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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웠던 시절을 회상하며
체육복 옛 추억에 잠겨 봅니다
훌륭한 詩 *여름보다 겨울이 좋았던 까닭은*
감명 깊게 감상하였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