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

결빙이 흐르는 봄날

강둑에 섰다

적막이 온몸을 감싸안고

가파르게 꺽이는 물살은 아버지의

펄럭이는 두루마기를 닮았다

강은 면사포 넘어

정든 시간과

저물녘 연기가 함께 뒤섞여 흐른다

휘몰아치는 강물은

가슴으로, 혈관으로

들랑거리다 가뭇없이 휩쓸린다

어릴적 나룻배를 기다리던 강기슭엔

저녁 새때들 비상하고

아버지의 손이

뜨거운 노을처럼 감겨 왔다가

무심히 강물에 흘러간다

어둠이 짙어 오고

나른한 설움이 외로움으로 밀려오다가

시간의 빛들이

나의 지나간 세월을 비추이며 빨아들인다

차고 푸른 별들 쏟아지고

어둠에 풍겨오는 비릿한 냄새

나를 밀쳐낼 듯 달려드는

간절함속으로

그리운 옛날도 함께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