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할 수 없는 이별 /

                                      노 귀 곤

어느 봄날

우리는 길을 나섰네

꽃길을 지나고

개울도 건너고

때로는 힘든 고갯길도 오르며

그러던 어느 겨울

느닷없이 깊은 크레바스가

우리 앞을 막아섰네

그가 먼저

보란 듯 건너뛰었지만

남은 나는 뒤따르지 못했고

끝내 그는 되돌아올 수 없었네

한동안 서로 바라보며

애태우고 애태우다

제 갈 길 돌아설 수밖에 없었네

그것이 이별이었어

거부할 수 없는 이별이었어

이별은 빤히 보였고

그래서 더 아픈 거였어

이별은 먼 곳에 있지 않았고

그래서 더 잊지 못하는 거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