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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봉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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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조성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579회 작성일 2017-12-02 12:09

본문

비닐봉지
                            조성규
하얀 것도 아닌 것이 하얀 것처럼
투명한 것도 아닌 것이 투명한 것처럼
모서리 한 곁을 찾지 한 체 말이 없다
누군가가 찾을 때는 주저 없이
입을 열고 주머니가 되어주었지
거부하지 않는 너
시장 할머니 손에도
마트 아주머니 손에도
부엌 어머니 손에도 너는 있었다
비릿한 생선
흙 묻은 대파도 너의 품이었고
썩어가는 음식물도
아가의 작은 옷도 너의 품이었다
언제나 따뜻한 보금자리가 돼주었지
세찬 비바람이 몰아치는 벌판에도
너는 있었고 꽃피고 열매를 맺을 수 있는
따스한 이불이었다
그 기쁨으로 상처 난 피부를 치유하는
마음 안다
비록 얼룩지고 찢어지고 더럽혀진 몸뚱이가
녹색 청소차 한구석에서 생을 마감한다 해도
살아온 길 후회 없다는 너
웃고 조용히 떠나는 뒷모습에
나는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한다
그냥 수고했어 이 말만 할게.
다음 생엔 고귀한 꽃 목련처럼 와 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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