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열매 따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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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6건 조회 1,729회 작성일 2006-11-13 22:28본문
가난한 사람들 차가운 가을
헌 돈 주으려고
긴 장대 들어 은행나무에 가위질 해
냄새 나는 헌 돈 땅으로 떨어뜨리고 만다.
긴 장대, 긴 빗자루, 긴 삽, 긴 부대
긴장한 행동에 바람 소리도 숨 죽인 채
미동도 하지 않고 은행나무 잎 뒹구는
거리에 숨어버린다.
은행 냄새 멀리하고
경동시장에 팔려 나가는 신세
도살장에 끌려가는 눈망울에 흐르는
눈물은 아니지만 반짝이는 속살 드러내고
수줍어 못내 입 가린 은행이기에
시장 상인이 건네 준 헌 돈 함박 미소 지으며
구린내 나는 주머니에 들어간다.
천둥 울리고 번개치면 비가 온다 했으니
저편 어둠 물고 있는 하늘에
천둥은 번개 몰고 오고 번개는 천둥 업고 와
골목길 집 도착 후 메마른 땅에 비 뿌린다.
늦가을 찬비 새벽녘 달려오며 맞지 못하게
어둠은 저 멀리에 숨어 더 어두워지고 있다.
비가 사람 피하고 사람은 비 피해
숨어버린 어둠 속 파르스름한 민둥 머리 같은
달은 어디론가 숨어 나타나지 않는다.
축축한 거리에 떨어져 바람에 날아가는 은행잎
비바람에 의지하지 않고 긴 장대 휘둘림에
낙하 하건만 지금 비바람 몰아쳐
경동시장에 팔려간 속살 드러난 투명한 열매 그리워
버스에 오르내리는 시민이 흘린
10원짜리, 50원 짜리, 100원 짜리, 500원 짜리 동전
은행잎 숨쉬고 찬 숨결 토해내
철망있는 步道 밑 빗물받이에 말없이 쌓여
때 묻은 동전 감추고 있다.
댓글목록
朴明春님의 댓글
朴明春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즐감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이규정님의 댓글
이규정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인님의 풍부한 감성으로
은행나무에 열매에 어우러지는 풍경을
또 하나의 시로 나타내셨군요.
거기에 저 또한 즐감하고 갑니다.
그리고 이번에 저는 처음참석이라 어색했는데
시이님을 뵙게 되어서 즐겁고 고마왔습니다.
김영배님의 댓글
김영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멋진글 잠시머물다 갑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르 기원하면서....
김석범님의 댓글
김석범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을을 스치며 겨울을 맞이하는 노오란 은행잎.....
자기를 오래동안 잊지 말라고 몸은 땅에 뒹굴어도 그 구수한 내음
깊이깊이 발하고 있나 봅니다...
일찍오셔서 준비해주신 마음에 감사를 드립니다...^^~
금동건님의 댓글
금동건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이순섭시인님
주신글 뵙고 갑니다
건강하시지요
목원진님의 댓글
목원진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순섭 시인님!
이틀간 같이 자리하여 우리 인창고등학교에서 두 사람이나
시인으로 나오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하였습니다. 그 자리에서도
이야기 했었지만 자주 빈여백에 오셔서 활발하게 활동하시면 바쁘게 됩니다.
바쁠수록 생각이 트이고 하는 일에 열중하게 마련입니다. 노파심에서 하는 말인지...,지금 아내가 공부하는 학교의 앞길에서 등 꾸부리고 주서 온 은행을 도시락 안에 몇 방울 넣어있네요. 그것을 깨물면서 후배 인자한 그대 용모를 그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