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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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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2,514회 작성일 2011-04-26 23:11

본문

공통숙제


이 순 섭

자주 국어사전에 손이 가는 것처럼

모르는 단어가 있는 것은

선생님이 숙제를 내주는 까닭이다.

영어 단어 같은 우리말을 찾아 헤맨다.

시나브로 다가오는 전화기 벨소리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골목시장 상인 목소리

진짜 육성인지 녹음된 음성인지 모르겠다.

지금의 내가 아니라고

27인이 보내는 뜨거운 햇빛 피해 급하게

돌아오는 발길

미래는 나보다 낫다고 여기는

길 건너 응달에 몸 피한

과일을 더 소중히 아껴온 과일장사 얼굴 빛 보다

더 검게 그을린 겉보기에 건장한 사내

무수한 벼룩 기어 다니는 누구나 시장에서

무단 절취할 수 있는 폐휴지인지

가로수 나뭇잎 모아놓은 두루마리 휴지를 돌리고 있다.

귓속이 간지러워 솜방망이를 찾는 날은

누군가 어디에서 내 말을 하는 것인지 모른다.

공통분모에서 모든 사람이 밉게만 보이는

역발상의 마음 불 꺼진 방에 불 켜 끄지 않고

가버리는 사람은 나중에 다시 오건만

불 끄려고 일어서는 발길은 무겁기만 하다.

숙제 내 주시는 선생님의 입은 입가에 우유 빛 띤

분비물 비추건만 알림장에 받아 적는 아이들의 손끝

ㅁ 과 ㅂ에서 착각 일으키고

A 와 Q로 변환 돼 나타나는 착시에 혼동 일으킨다.

틀림없이 불 켜진 방에 스위치 누르고

인식의 창 넘어 풍겨오는 간장 대리는 냄새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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