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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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내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910회 작성일 2018-08-04 18:43본문
목각
투박한 등걸에 칼을 꽂으면
골짜기는 사각사각 눈이 내린다
산마루에 걸친 어둠이 배경으로 고이고
손을 베지 않으려면 손목에 힘을 빼야한다
칼은 가늘고 긴 목을 깍아내고
어깨위에 가느다란 곡선을 입히고
가슴을 흘러내리는 불빛을 다듬는다
젖가슴의 풍만함과 아름다움을 쪼아내기 위해선
새벽달이 스러지는 것을 볼 수가 없다
바람에 서걱이는 억새소리가 들려올 지라도
칼을 놓을 수 없다. 비로소
풀밮을 기어가는 뱀의 소리를 새길 수 있을 것이다
칼이 지나간 자리는
살점이 베이고 피로 물들어져 아픈 상처로 남는다
각선미를 쪼아내고
두드러진 음부의 산림지대를 새겨 넣을 때
새벽은 가까스로 어둠을 물고 놓지 않는다
부드러운 머릿결을 다듬고
아침이 오는 소리까지 새겨 넣으면
소록소록 내리는 눈발이
여인의 부드러운 어깨위로 한 잎 한 잎 쌓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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