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솔길 낙엽과 스타킹
페이지 정보
작성자 :![](http://mundan.cafe24.com/gnuboard/data/member/po/poetnovel0612.gif)
![](http://mundan.cafe24.com/gnuboard/skin/board/hp5_basic14/img/btn_email.gif)
본문
기침과 함께 내어 준 그대 맑은 침 내 얼굴에 묻어도 닦지 않고 내 얼굴에서
마를 시간만 기다려 그대에게 다가섭니다.
아직 남아있는 그대 맑은 침 마르지 않고 기다려도 기다리게 만드는
그대 마른 기침소리 이 가슴 때려 큰 울림으로 들릴지라도 내 귀 지금
가려움에 못 견디어 그대 윤기 나는 소리만 들으려 막아둔 귀마개 한 쪽 열고
아주 작은 구멍으로 이쑤시개 흔들어 하나를 꺼냅니다.
양쪽 끝 포족해 귀 후비면 아픔 다가와 부러뜨렸지만 너무나 날카롭게
잘라져 버려 또 다른 이쑤시개 꺼내 한 쪽 끝만 힘주어 잘라 귀에 넣고
가려운 곳 긁습니다. 그대 이야기 내 이야기 소식 전해준 가려움
이내 사라져 그대 소리만 들으려 귀마개 귀에 덮습니다.
누구의 소리도 들려오지 않고 그대 소리만 들려와 오솔길 걷는 발걸음에
밟힌 낙엽 부서지는 소리 아직 다 마르지 않은 그대 맑은 침 말랐다는
소식 전해주고 사라집니다. 또 다시 한 쪽 귓구멍에 가려움 호소해 오지만
이제는 참고 그대 소리 그대로 들으려 아직도 천만 번 귀에 들어갈 수 있는
이쑤시개 멀리하고 오솔길 빠져나오고 있습니다.
한 쪽 귀마개 열면 그대 소리 한 쪽 가슴으로만 들리고 막으면 온 가슴에
울려 퍼져 부러진 이쑤시개 그저 바라볼 뿐입니다.
이제야 생각나고 들려왔습니다.
어젯밤 귀마개도 없이 귓구멍 가려움 찾아와 그대 검은 머리칼 보다 너무나 가는
순백색 숨결 천만 번 감고 감은 솜방망이로 귀 후비던 시간 우리만의 공간
무거운 공기 빨아주던 환풍기 스위치 꺼 죽어서 흐느끼는 소리.
오솔길에 있지 않고 지금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대 갇혀있는 냄새나고 무거운 공기 가슴 밖에서 빼냈다면
오늘 나는 가슴 안에 감돈 큰 터널 빠져나오지 못하는 우리
한데 뭉쳐 낙엽 되어 뒹구는 솜이불 냄새 그대로 몸에 배게
우리의 환풍기 스위치 끄렵니다.
그대 허물없이 벗어놓은 산처럼 무너진 잘록한 허리까지 있는
긴 스타킹에 오솔길에서 주어온 낙엽 모두 집어넣어 형광등 손줄에 매달아
천장 야광 은하수 별 반짝이게 형광등 불 끄고 바라만 보고 있습니다.
그대의 오솔길에 낙엽이 덮이지 않는 것처럼 스타킹 안 신은 맨 살
유난히 윤기 흐르는 맨 살 긴 두 다리가 좋습니다.
그러나 그대 아무대서나 허물없이 스타킹 벗고 허물어지지 마시길 바랍니다.
오솔길에 낙엽 뒹굴고 어느 여자 어디서 벗은 지모를 가는 허리 없는
두 스타킹 바람에 날려 엉켜 낙엽 감싸고 있습니다.
댓글목록
김영배님의 댓글
![](http://mundan.cafe24.com/gnuboard/data/member/ki/kimpoet1.gif)
낙엽지는 오솔길에서 더욱 추억이 그리워지는
계절입니다,,,,감사합니다
장대연님의 댓글
![](http://mundan.cafe24.com/gnuboard/data/member/su/summerblosom.gif)
낙엽지는 오솔길 걷고 있는 이 시인님의
폐부에서 끌어올린 상념이 진솔한 향으로 넘쳐납니다.
한미혜님의 댓글
![](http://mundan.cafe24.com/gnuboard/data/member/hm/hmh4946.gif)
오솔길에서
주어온 낙엽 모두 집어넣어 형광등 손줄에 매단 천장
야광 은하수 별 반짝거리는 그 움직임을 따라
동공이 움직일 때
그 때의 움직이는 기쁨은 얼마나 크던지요?
저도 따라해보며 참 행복했답니다
朴明春님의 댓글
![](http://mundan.cafe24.com/gnuboard/data/member/mc/mcp0208.gif)
그대 윤기나는 소리만 들으려~
참 좋지요~
최승연님의 댓글
![](http://mundan.cafe24.com/gnuboard/data/member/ye/yeon031099.gif)
잡초가 짖밟힌 낙엽 떨어지는 오솔길
걷기만해도 시상이 쏟아질것 같아요
주신글 즐감 하였습니다.
건강하세요
목원진님의 댓글
![](http://mundan.cafe24.com/gnuboard/data/member/ks/ksusumu58.gif)
비행기 안에서 잠시 잡음 막으려면
귀막이 하는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요즈음
스타킹도 5발 가락 다 만들어진 제품이 나와 애용자
늘어 갑니다. "낙엽 진 오솔길의 벗어둔 스타킹" 소설의 제목도 될 것 같네요...,
김성재님의 댓글
![](http://mundan.cafe24.com/gnuboard/data/member/sk/skim0924.gif)
버려진 스타킹에 가을을 담으셨군요.
좋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이월란님의 댓글
![](http://mundan.cafe24.com/gnuboard/data/member/wo/wollonlee2.gif)
스타킹 얌전히 신은 맨발로 낙엽 쌓인 길을 걸어보고 싶게 만드는 글입니다.
한국엔 단풍과 낙엽이 지천을 이루는 현란한 가을일 것 같습니다.
행복하신 가을 보내세요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