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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멋진 데이트 > -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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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은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5건 조회 1,890회 작성일 2006-05-10 06:28

본문

지난 토요일 서대문에 볼 일이 있어 이른 아침 길을 나섰다. 어려운 자리의 약속이라 시간이 늦을까 택시를 탔다. 개인택시 안 기사 아저씨와의 잠시 스쳐 지나는 인연에 불과한 서먹한 사이로 어느 장소에서 택시를 기다리는 손님이 있으니 가까이 계시는 분은 얼른 연락을 달라는 멘트가 흘러나왔다. 순간 어색한 침묵을 깨고 기사 아저씨가 날이 참 푹해졌다며 말을 건네기 시작했다. 저음의 목소리가 편하게 들리는 예순이 다 되어가는 아저씨였다. 택시기사 아저씨가 편안하게 말을 시키기 시작하면 나이가 들은 거라던 어느 글에선가 읽은 구절이 생각나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

기사 아저씨는 차 안으로 흘러드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모두 아가씨들이며, 하루 12시간 씩 휠체어를 타고 일을 하는 장애인들이라며 계속 말씀을 건네셨다. 아가씨의 목소리가 안 그래도 참 곱다 싶던 참이었다. 아저씨의 말씀은 터진 둑처럼 계속 쏟아져 나왔다. 아가씨들 목소리도 예쁘지만 마음씨도 곱고 참 착하다고 하셨다. 월급이 많지도 않겠지만 생머리에 꾸밀 줄도 모르고 알뜰살뜰 모으는 모습들이 얼마나 예쁜지 모르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아가씨들은 휠체어를 타고도 12시간씩 일을 하면서도 늘 웃는 얼굴들이라는 것이다. 기사 아저씨는 두 다리를 가지고 일을 할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이냐며 내게 반문을 하셨다. 그 아가씨들만 떠올리면 하루가 절로 행복해진다는 말씀이었다.

가끔씩 그 아가씨들이 근무하고 있는 목동 사무실을 지나갈라치면 아가씨들 애쓰는 생각이 나서 들리시는데, 바로 전날 저녁에도 일부러 귤 한 박스 사가지고 들어가셨단다. 그랬더니 휠체어를 밀고 가서 커피를 타다 주는데 노곤하던 차에 그 맛이 꿀맛이었다는 것이다. 생각만 해도 너무 예뻤을 것 같아서 한 말씀 드렸다. “같은 세상도 아저씨가 고운 시선으로 바라보시니까 예뻐 보이는 걸 거예요. 그 아가씨들 그냥 월급 받으면서 일하는 거라고 아무 생각 없이 지나치면 그 뿐인데 아저씬 그렇지 않으셨잖아요. 제가 보기엔 아저씨 맘 씀씀이가 더 고맙게 느껴지네요.”

아저씨는 신이 나셨는지 이런 저런 말씀들을 계속 이어갔다. “자동차 끼어들기도 그래요. 운전하다 앞에서 다른 차가 끼어들면 내게 불편을 주는 건 사실이지요. 그렇지만 차 한 대 끼어드는데 걸리는 시간은 2초 밖에 안 돼요. 택시 기사들이 하루에 백 대를 끼어들기 시켜준다고 해도 200초예요. 겨우 4분도 안되는 시간이잖아요. 하루에 4분 손해보고 무사고면 되는 거 아니겠어요? 자가용 운전자분들이야 하루 100대 까지 끼어들기 해줄 기회도 없잖아요. 그러니 끼어들기 하려고 하면 그냥 들어오게 하시는 게 현명한거죠. 바쁜 세상에 접촉 사고라도 나면 비용은 고사하고 그 시간이 얼마예요. 2초하고 비교가 되겠어요?”

아저씨의 말씀에 전적수긍을 하며 알콩달콩 이야기를 이어가다보니, 어느 새 아쉽게도 도착 장소에 다다라 내릴 때가 되었다. 같은 샘물이라도 독뱀이 마시면 독물이 되고 소가 마시면 우유가 된다 하는 것처럼, 같은 상황이라도 어떻게 받아 들이냐에 따라 내 자신에게 독도 될 수 있고 우유도 될 수 있다는 잊혀진 이야기를 아저씨와의 대화에서 기억해내고 내렸다. 연륜으로 인한 삶의 경험에서 배어나오는 말씀들이었으니 소중한 마음으로 모두 다 가슴에 아로 새겼다. 세상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은 모든 사람에게서 배우고, 가장 강한 사람은 자신을 이기고, 가장 부유한 사람은 자기가 가진 것으로 만족하는 사람이라 했던가?

택시비가 7,800원이나 나왔다. 버스비와 비교를 하면 터무니없이 비쌌지만 난 아저씨에게 그 값 이상의 느낌을 가지고 내렸으니 우아한 소득으로 인해 내 맘속의 감성 계좌는 분명 흑자였다.

추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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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전 * 온님의 댓글

전 * 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무리 사소하고 작은 것 일 지라도  언제나  감사하며 살 수있는 마음의  여유가  곧  행복  아니겠습니까?.  이은영 작가 께서는  행복을  아시는  분입니다.
저도 덩달아 행복해  지네요.  감사합니다. 즐거운  날  보내시기를.....

이은영님의 댓글

이은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흔적 남겨주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 새록이는 밤입니다.
세 분 모두 고운 꿈길이시길 바랍니다.^^*
혹시라도 인연이 또 닿아 다음에 그 기사 아저씨를 만나게 된다면
틀림없이 차액만큼 돌려드릴 것을 약속하겠습니다. ^^*

금동건님의 댓글

금동건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어쩜 이쁜글을 줄줄이 잘도 쓰시나요 '

이은영수필가님 / 존경스럽습니다
저의 표본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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