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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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석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9건 조회 855회 작성일 2006-08-03 11:48본문
시/김 석 범
긴긴 밤, 항아리 속 모래알 비비며
사랑의 꽃을 피우는 수줍은 밤톨,
쌀뒤주 차디찬 어둠을 환히 밝히는 연시軟柹,
뒤란에 매달린 채 바다인양 퍼덕거리는 명태,
다락 이불장, 수줍은 눈꽃을 피워내는 곶감과
달콤하고 그윽한 밤꽃으로 수놓은 꿀단지,
따스한 겨울나기가 분주하다
한파가 동장군 허리마저 꺾으며
온돌방 웃음꽃이 만발할 때,
이불 속, 따스한 알전구의 유혹 뿌리치고
어머니 굳은살에 듬성듬성 잘린 무시를
동삼冬蔘처럼 아삭아삭 깨물며,
연탄불 뜨거워 팔팔 뛰는 듯한 태어를 두들겨
고추장 찍어 잘근잘근 씹으면
그 열기, 신선함이 입안에 몰려든다
내일 밤에는 톡톡 튀는 화로의 군밤으로
모레는 젖가슴처럼 말랑말랑한 홍시로,
살 애는 겨울을 삼킨다는
흐뭇한 포만감에 구들장 후끈후끈 달아오른다,
“봄에는 시집가야지”굵직한 한마디에
빨갛게 변하는 누이의 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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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 무의 방언
*태어: 명태
댓글목록
김석범님의 댓글
김석범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문우님들...! 폭염, 열대야 /여름괴물에 조심하소서...
무더운 여름을 한파의 겨울분위기로 다스려 봅니다..
백원기님의 댓글
백원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겨울철에 먹을 것을 미리 꺼내 먹어보니 땀이 쑥 들어갔군요. 겨울에는 여름 것을 먹어봐야 하겠죠. 잘 읽었습니다.
김춘희님의 댓글
김춘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쩜 이렇게 흐르는 땀을 멈추게 하는지요.
하이얀 눈이 쏘복쏘복 내리는 겨울을
잠시 젖어보네요.
주야로 푹푹 찌는
이제야 여름이 여름다워서 제 계절 맛 봅니다.
더위 조심하시고 보양식으로 잘 이겨 내시기 바랍니다.
목원진님의 댓글
목원진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逆 想의 효과가 있었습니다.
더워 죽겠다는, 입버릇이 연 連 다른 즈음엔 아주 알맞은 주제임을 느낍니다.
글 세 무엇이던 고추장 넣고 지지고 볶는 집사람의 찬에 더운 때는 멀리 하고픈
마음 생깁니다.
김영배님의 댓글
김영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화로불에 금방구워먹고 고구마 구워먹으며
시골 초가집에서 지내던 옛 생각이 그립습니다.
건필하십시요.
금동건님의 댓글
금동건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ㅎㅎㅎ 긴 겨울 이야기 정말 재미 있고
즐거운 한철이지요
즐감하고 갑니다
박민순님의 댓글
박민순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무더운 여름 겨울나기를 만나뵈오니 시원해 집니다
김석범 시인님 평안하시죠 !
고운 글에 시원함 느끼고 갑니다
손근호님의 댓글
손근호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봄에는 시집을 가야지..하는 시어에 미소가 지어 집니다. 시의 묘미입니다.~~
윤복림님의 댓글
윤복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무더위가 기승을 부리지만 시인님의 시심에 시원한 미소가 감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