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발견 <1> 리듬 없는 악기
페이지 정보
작성자 :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3건 조회 1,929회 작성일 2009-03-30 17:12본문
리듬 없는 악기
이 순 섭
나는 길고 가는 목을 가지고 있다.
기린 닮은 목 슬플 때 길게 늘이고
드넓은 초원 쳐다보며 높은 나뭇잎을 따 먹는다.
나뭇잎은 싱그럽다.
산만한 눈 굴려야 무엇인가
이야기가 이루어져 진행되고 안정을 찾는다.
옛 시절 머리 속 띵할 때 목 좌우로
원을 그리듯 돌리면 옆에서 듣기에도
우두둑 소리 나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었다.
그만큼 목뼈에 정신 맑게 하는 윤활유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지금은 머리가 아파와 목 돌려도 시원한 소리 나지 않으며
나만이 느낄 수 있는 둔탁한 소리만 한 두 마디 날뿐이다.
나이가 들어서 윤활유가 목뼈에서 빠져 나갔나보다.
졸리는 눈을 참고 피곤한 몸 잠시나마 잊으려
두 손으로 머리잡고 목을 돌려보지만 소용없는 일이다.
우두둑하는 소리는 세월을 잊은 지 오래 잠시나마
찾으려하는 마음조차도 남용의 극치라면 삼가야겠다.
올라가는 사람이 있어야 계단은 있는 법.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이 많은 세상에
인간을 규제하는 법은 층층이 국회 사무처에 쌓여만 간다.
살아생전 돈 버는 재주 없어
리듬 있는 악기만 만지며 살아온 한 평생
누구 탓 할 것 없이 악기점 문은 열려있건만
찾아오는 사람은 예고 학생 뿐
옆 가게 호두와 단팥빵 냄새만 진동해
주인 찾는 구멍 있는 악기에 스며들고 있다.
얼마나 이 가게는 버틸 수 있을 까.
지나가는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 진명서점도 있었지.
책이 팔리지 않는 세상에 작가라는 이름으로 탄생하는 사람은
하루가 멀다하게 늘어나 듯 그 많던 일반서점은 대형서점에 밀려나
서점 이름은 사라진지 오래다.
유명작가에 무명작가는 밀리는 법.
남들 보다 목이 길어서 슬픈 짐승인지도 몰라,
키는 작지만 바라볼 수 있는 큰 눈 시력은 여전해
이제야 작은 글씨가 썩 잘 안 보이지만 볼 수 있는 것은 다 볼 수 있다.
슬픈 짐승이라도 좋아 슬픈 큰 눈이 있으니까.
입김 불어내는 입과 팔이 있으면 리듬 있는 악기를 다를 수 있고
다리가 없어도 리듬 살릴 수 있다. 머리가 띵해온다.
목을 돌려야지.
우두둑 소리는 나지 않지만 둔탁한 한 마디 소리에 그나마 머리는 시원하다.
문 열면 항상 밑에서 들려오는 소리.
리듬 없이 화장실 벽 위에 설치한 물고임 통 물 내려가는 소리이다.
재래식 물고임 통으로 물 끌어올려지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그 소리는 리듬 있는 소리일 것이다.
물통은 목을 길게 늘이고 항상 물을 밑으로만 흘려보낸다.
이 순 섭
나는 길고 가는 목을 가지고 있다.
기린 닮은 목 슬플 때 길게 늘이고
드넓은 초원 쳐다보며 높은 나뭇잎을 따 먹는다.
나뭇잎은 싱그럽다.
산만한 눈 굴려야 무엇인가
이야기가 이루어져 진행되고 안정을 찾는다.
옛 시절 머리 속 띵할 때 목 좌우로
원을 그리듯 돌리면 옆에서 듣기에도
우두둑 소리 나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었다.
그만큼 목뼈에 정신 맑게 하는 윤활유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지금은 머리가 아파와 목 돌려도 시원한 소리 나지 않으며
나만이 느낄 수 있는 둔탁한 소리만 한 두 마디 날뿐이다.
나이가 들어서 윤활유가 목뼈에서 빠져 나갔나보다.
졸리는 눈을 참고 피곤한 몸 잠시나마 잊으려
두 손으로 머리잡고 목을 돌려보지만 소용없는 일이다.
우두둑하는 소리는 세월을 잊은 지 오래 잠시나마
찾으려하는 마음조차도 남용의 극치라면 삼가야겠다.
올라가는 사람이 있어야 계단은 있는 법.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이 많은 세상에
인간을 규제하는 법은 층층이 국회 사무처에 쌓여만 간다.
살아생전 돈 버는 재주 없어
리듬 있는 악기만 만지며 살아온 한 평생
누구 탓 할 것 없이 악기점 문은 열려있건만
찾아오는 사람은 예고 학생 뿐
옆 가게 호두와 단팥빵 냄새만 진동해
주인 찾는 구멍 있는 악기에 스며들고 있다.
얼마나 이 가게는 버틸 수 있을 까.
지나가는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 진명서점도 있었지.
책이 팔리지 않는 세상에 작가라는 이름으로 탄생하는 사람은
하루가 멀다하게 늘어나 듯 그 많던 일반서점은 대형서점에 밀려나
서점 이름은 사라진지 오래다.
유명작가에 무명작가는 밀리는 법.
남들 보다 목이 길어서 슬픈 짐승인지도 몰라,
키는 작지만 바라볼 수 있는 큰 눈 시력은 여전해
이제야 작은 글씨가 썩 잘 안 보이지만 볼 수 있는 것은 다 볼 수 있다.
슬픈 짐승이라도 좋아 슬픈 큰 눈이 있으니까.
입김 불어내는 입과 팔이 있으면 리듬 있는 악기를 다를 수 있고
다리가 없어도 리듬 살릴 수 있다. 머리가 띵해온다.
목을 돌려야지.
우두둑 소리는 나지 않지만 둔탁한 한 마디 소리에 그나마 머리는 시원하다.
문 열면 항상 밑에서 들려오는 소리.
리듬 없이 화장실 벽 위에 설치한 물고임 통 물 내려가는 소리이다.
재래식 물고임 통으로 물 끌어올려지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그 소리는 리듬 있는 소리일 것이다.
물통은 목을 길게 늘이고 항상 물을 밑으로만 흘려보낸다.
추천3
댓글목록
박효찬님의 댓글
박효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모든게 소리로 시작하지요
들을수있는 귀만 열려있다면 행복하지 않을까요...
오랜만에 시인님 글 읽어보네요
자주 들을깨요
허혜자님의 댓글
허혜자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세상 살아가는 글
우리 시인들이 겪어야 하는
섬세하고 예리한 시인님의 글
마음 새겨서 감상하였습니다
건안 하십시요.
최인숙님의 댓글
최인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세상이 약육강생이라 약한자의 슬픔
이제는 소육대생이라 작은것의 아픔
서민이 살아가기 고단한 세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