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

어느 날
여름내 익숙한
홈키파를 보았다.
구석에 먼지를 뒤 집어 쓰고
늠늠도 하게 서있다.
자리하기에 좋을
공간하나에 올려놓는다.

사용상 주의사항

***하십시오.
***마십시오.
적당히 얼버무린다.
하란 말인지
하지 말란 말인지 모를 일이다.
파리 한 마리
모기 한 마리 잡는데
주의 사항이 아홉 개나 된다.

모를 일이다.
산다는 것도 주의 사항이 있을지
모를 일이다.
하십시오. /마십시오.
그렇게만 살면
될 일 아닌가.
하지만
주의사항대로 뿌려도
모기는 죽지 않았다.
파리는 더 신나게
방안을 휘젓고 다닌다.

오늘도
누군가 나에게
또 하나의 주의 사항을 말한다.
하지만
지키지 않기로 했다.
여름이면
파리 한 마리
모기 한 마리 쯤 있어도
즐거운 세상 아닌가.

빨간색 주의사항을 몇 글자 읽다
깡통을 돌려놓았다.

냄새 없는 홈키파

바로 아래에는
모기 한 마리 죽은 그림이 있었다.
또 글자들이 서 있다.

냄새 없이
한 방에

모를 일이다.
주의사항을 지켜야
파리 모기가 죽는지
카피의 글처럼
그냥 죽는지
도무지 모를 일이다.
인생에도
주의사항을 지켜야 하는지
그냥 살아도 되는지
참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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