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낮은 곳에 먼저 온다.

시간은 낮은 곳에
씨를 뿌렸고
이른 봄은
햇살 좋고 나지막한 
언덕에 자리 잡는다.
화려함이 번지기전에
멀직한 산허리에
고운 진달래
지천에 깔리기 전에
눈송이보다 자잘한
냉이 꽃 먼저 피었다.
계절이 다하기 전
작은 들풀
봄 보다 먼저 피었다 졌다.
큼직한 꽃들
세상을 현혹하기 전에
이미 작은 꽃들이
세상을 덮고 있었음을
이른 봄
햇살 좋은 어느 언덕에
앉아보니 알았다.
기다림에 서툰
세대에 지쳐 도착한
봄 언덕에서
기다림도
부지런해야 함을 배운다.
그렇게 소리쳤을
봄의 들풀 속에서
진정 기다림은
침묵한다는 것을 알았다.
봄이 내려앉은
어느 낮은 들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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