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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가

페이지 정보

작성자 : 현항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4건 조회 1,736회 작성일 2007-08-07 20:39

본문

                    휴  가


                                  청운/현항석



1.
언제나 들어도, 생각만으로도 포근해지는
모든것이 넉넉한 고향에서의 휴가 첫날에
얼마동안 돌보지 않은 아버지의 화분들과
바랭이풀 무성해진 어머니의 작은 화단을


흙냄새 벗 삼아 한 참을 맨손으로  다듬고
맨발로 메니 손바닦은 푸른물이 들었으나
흐믓해 하시는 늙으신 부모님 미소사이로
어느새 호랑나비 한마리 날아와 놀고 있다


부모님과 아들, 아들의 식구들이 아침상에
둘러앉아 환하게 웃으며 만찬을 즐기면서
비린내 바람도 싱그러운 작은 포구에 나가
바지락 캐러가자 조르는 애들이 마냥 이뻐
밥을  다 먹지 않아도 배는 부풀어 오른다


호미 네자루와 담을 그릇 챙기시는 아버님
추억을 고스란히 담을 사진기 챙기는 아들
검게 그을릴새라 연신 썬크림 바르는 아내
모두가 손놀림은 기쁘고, 발놀림은 가볍다


깍쟁이 딸래미의 본 마음은 어디에 있는지
재잘대가며 연신 포즈 취하기에만  바쁘고
나이에 어울리지않게 애늙은이 같아보이는
장손 아들놈 느근하게 갯벌만 뒤집고 있다


싫증나 하면서도 할아버지가 캔 바지락을
신기하게 바라보다 어찌하여 한 개를 캐면
온 바다가 떠나가도록 소리쳐 대며 서로가
많이 캤다고 자기네들 자랑하기만 바쁘다


어쩌다 캐어낸 조그마한 바지락을 들고서
이건 너무 작아서 놓아주어야 한다며 다시
묻어주는 대견스런 속마음이 너무 예쁘다
이리보고 저리보며 고슴도치가 되어 본다


바다가 보이는 넓은 창가에 모두 둘러앉아
한 그릇 바지락 칼국수를 나눠 먹으면서도
시끄럽도록 자기가 잡은 애기만 늘어 놓은
이야기를 들으며 먹는 칼국수는 맛도 좋고
이렇게 첫날을 보내고 밤 하늘에 별을 센다.





2.
실비 내리는 길을 맨손으로 걸으면 초라해
보이지만 우산을 들고도 펴지 않고 걸으면
넉넉함과 여유와 한가함으로 하루를 맞는다


늙으신 부모님의 보양식으로 준비한 백숙을
오랜시간을 고아서 교회에 다녀오실 시간에
알맞도록 풀어놓고 담소로 점심을 즐긴다가


밭 모퉁이에 심어진 몇 그루의 옥수갱이에게
까치 한마리 날아와 쪼아 먹으려고 다가가자
아버님 뻘떡 일어나셔 불청객을 훠이 쫓는다


혈압약으로 사시는 주름골이 깊으신 어머님
면사무소옆 보건소에 모시고 나가 진찰받고
약국에 들러 또 한달치 약봉지를 들고나오니


한달에 한 번 약 타러 오시는 이 길이 얼마나
무거운 걸음일까 걱정스러운 눈빛을 묻으려
환한 얼굴을 보이시지만, 선그라스에 가렸다


보건소옆 면서무소에 근무하는 친구를 불러
따뜻한 자판기 커피한잔으로 그간의 안부를
묻고 전하며 중학교시절 시간들을 떠 올렸다


지 애비 닮아 한 곳에 머무르는 것이 싫은지
할머니댁에서 다음 목적지 외할머니댁으로
재촉하는 성화에 옥수수 냄새 미리 맏아본다.




3.

계곡
모양이
개구리 닮아
개구리바위 계곡
그리 덥지도 않지만
덥다고 우기며 물놀이에
시간가는줄 모르고 놀고있다
언제갈거냐 물어보며 놀고있는
애들에게 지칠때까지 놀아라하고
후레시를 터트리며 추억을 담아준다
할머니와 딸은 그 개구리바위에 앉아서
그간 못다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헤친다
얼마간의 시간들이 지나자 푸르슴해진 입술로
배곱으다며 물가를 나와 큰 타올을 몸에 두른다
낮에 노느라 피곤했던지 저녁 숫가락을 놓자마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만족한 웃음지며 잠을 청하며
가장 기다리고 있는 내일의 여행을 꿈속에서 답사한다.




4.
새벽부터
분주하게 준비한
아침식사를 마치고
고소한 옥시기 찌는 냄새
온 집안 진동할 때
흰 봉지에는
하얀쌀과 붉은 강낭콩을
검은 봉지에는 풋고추 따 넣고
고추장과 된장은 작은 그릇에 담는다


다리 불편하신 할머니
이곳 저곳 다니시며
수박, 토마토, 참외, 옥시기를
라면박스에 담아 오시니
트렁크가 가득 넘쳐나는데도
뭐 더 넣을것이 없는가
이곳 저곳 뒤지고 다니신다


며칠을 위한 준비라기 보다
피난살이 꾸리는 것 같다는 말에
열심히 챙기는 아내도
넣어주신 할머니도
서로 얼굴 쳐다보며
하얀이 드러내지만
정작 넉넉함에 배부른 마음으로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엠프소리 높인다


몇시간만에 도착하여
여장을 푸니 시간이 어멍쩡한지라
요즘 한창인 드라마 대조영 촬영하는
현장으로 달려가 애들에게 설명하지만
관심있는 것은  들려주는 설명들이 아니고
눈으로 보이는 활쏘기, 말타기에 관심 있드라


하루를 마무리하며
준비해 온 것들로 상에 가득 차려 놓고
내설악으로 오르는 불빛들을 막고서
짜릿한 소주 한 잔 나눠 마시니
행군의 피곤함이 산등성이에 피어 오르는
맘껏 자태 뽐내며 현혹하는 운무따라 흩어진다.



5.
서늘한 정기에
이른 새벽에 일어나
어제 놀던 운무를 그대로 맞으니
아직 산중턱에 걸쳐 있고
비와 섞여 주변에 쏫아지며
멀리 있는 성 하나를 조용히 부른다


재작년 쌓인 눈속에서 탔던 케이블카
같은 속도로 올라가고 있으나
설국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외설악의 짙은 녹음이 장관되어 펼쳐지니
마음까지 시원하게 티끌을 씻어내드라


대청봉
흔들바위
울산바위의 길목을 지키는
신흥사에 사천왕상에 두손 모아 합장하니
녹음으로 씻어내고 남은 한 줌 진애까지
씻은 듯 털어내고
시원한 약수 한 잔은 갈증까지 달랜다


내설악에서 커튼처럼 내려린
쌍천의 끝자락이 물치와  만나는
물 맑고 얕은 곳에서
맘껏 놀라하고 밀려드는 내 푸른 벗들과
마중나온 하얀포말들의
한바탕 어우러지는 춤사위를 보노라니
아주 오래되어 향기짙은
포도주 같이 달콤하드라.



6.
외로운 외설악의 녹음이 못내 아쉬워
금강산은 철조망이 걸려 있어 못 가지보지만
먼 발치에서 해금강이라도 보고 싶고
애들에겐 이미 먼 나라 역사 이야기가 되버린
6.25란 전쟁의 사실을 이야기로 들려줄겸
북으로 북으로
통일전망대로 통일전망대로
역시나 설명은 관심없고
녹슬은 기차와 전시품인 비행기
구실 못하는 탱크앞에서 포즈만 취하고
그래도 못본 것 보다는 나으리란 위로 삼으며 들려준다 


차례대로
순서대로
돌아보고 나오면서
남은 시간을 어찌할까 물어보니
어제의 해수욕을 다시 욕심내기에
큰 인심쓰듯 다시가니 천진스런 웃음이
달리는 차창을 넘어 바닷바람과 섞이여 녹아든다


마지막 저녁이기에
한끼만의 여유를 남기고
처치못해 안달인양 지지고 볶고
덕분에 배부른 만찬으로 피로감을 잊었다
언니와 누나 걱정과 내일이면 만날 수 있다는
피붙이임을 확인하고 부른 배가 탈나지 않도록
덮어주니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꿈 속으로 달려간다.



7.
떠나올 때와 같이
이른 아침부터 부산스런 짐꾸리기 시합장
방 청소와 쓰레기 치우기는
애들 꼬들겨 한숨 돌리고
동맥경화걸릴 도로를 예견하여 일찍 출발하여
중간 기착지인 외할머니댁에 도착하니
며칠간 잊었던 옥시기의 구수한 냄새가 또 반긴다
마지막 남은 모녀간의 정은 짜이고 짜여
참기름병에 가득 담기고
애호박에 호박잎
애교로 협박하던 친구들에게 건네줄
방금 꺽어온 옥시기자루까지
텅비였던 트렁크는
다시 가득한 만선이 되었다
이렇게
이렇게
우리의 일천이백키로미터의 오랜 여정은
또 다른 날들을 기대하며 과감한 마침표가  찍혔다.







**옥수갱이 < 옥수수 : 필자의 고향 사투리
**옥시시 < 옥수수 : 필자의 처가 사투리
 

추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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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전 * 온님의 댓글

전 * 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고향집에서의  휴가,  생각만  하여도  즐겁고  행복합니다.
분주한  일상을  벗어나
재 충전의  시간이  되셨겠네요.
행복한  휴가,  저도  즐거웠습니다.

현항석님의 댓글

현항석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전  온 시인님!
금동건 시인님!
박명춘 시인님!
다녀가심에 감사드립니다. 지리한 장마뒤에 또, 게릴라성 폭우까지 어리럽지만
늘 건강하시고 아름다운 시 많이 쓰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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