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 > -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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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은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6건 조회 2,507회 작성일 2006-05-25 09:32본문
발은 인체의 가장 아랫부분에서 무거운 신체의 압력을 이겨내면서도 걸을 때마다 받는 압력을 바탕으로 혈액을 심장으로 올려주기 때문에 제2의 심장이라 불리울만큼 중요한 곳이라 한다. 이러한 발은 온몸의 상태를 반영하는 소우주라고 하지 않던가. 인체가 자연을 닮은 소우주인 것처럼, 발도 전신 상태를 반영하는 소우주라고 한다. 따라서 발의 모습에서 그 사람의 건강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엄지발가락은 머리요, 그 마디는 목에 해당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발가락 사이에서 뒤꿈치 쪽으로 눈, 발, 위, 췌장, 대장, 방광 항문 등의 순서로 분구가 나타나고, 발에 있는 아치 상태는 척추의 이상 여부를 알 수 있으며 특정 부위에 생긴 굳은 살 등은 해당 부위의 내부 장기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즉 발에 통증이 있다든지 티눈이 생기는 것은 단순히 발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로 한의학에서는 풀이한다고 한다. 또 언젠가 설핏 흘려들은 이야기가 있는데, 발바닥의 아치형 부분은 발로 디디는 땅의 생물들에게 인간들이 주는 피해를 줄여주려는 조물주의 배려차원에서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발을 나타내는 ‘足(족)’이라는 한자는 발가락, 발바닥, 발목을 모두 갖춘 사람의 발 모양을 본떠서 만들 글자다. ‘口’는 발바닥과 발목을 합쳐서 동그랗게 그린 것이고, ‘止’자는 발가락 모양을 합쳐서 만든 글자다. ‘止’자의 모양이 조금 부드럽게 바뀌기는 했지만 온전한 발가락 모양을 하고 있다. 발을 지칭하는 한자는 족(足)과 옥지(玉趾)로 구분을 한다. 족이라 함은 그야 말로 발을 뜻하기도 하지만 넉넉함이란 뜻을 포함하고 있다. 만족(滿足)하다, 충족(充足)시키다, 풍족(豊足)하다 등의 예가 그것이다. 마당손이 아닌 마당발이란 단어의 근거를 짐작해볼 있는 의미이기도 하다. 옥지라 함은 임금님의 발이나 남의 발이나 발걸음을 높여 이르는 말이다. 발에게 우리가 주는 서글픔은 간단한 여행길에서 더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이 왕족이나 된 듯 안정(眼精)에게는 고운 풍경을 맘껏 보게 해주고, 이부(耳部)에게는 흐르는 물줄기에 화답하는 새소리를 실컷 듣게 해주고, 구중(口中)에게는 특산음식의 맛을 즐기게 해주고, 비부(鼻部)에게는 싱그러운 초록의 향들을 맡게 해준다. 모든 신체의 향연이 끝난 후 숙소에 돌아와 자리에 앉으면서 제일먼저 하는 말이 “아이구 다리야!”라는 말이다. 여기서의 다리는 발을 포함한 의미인 것이다. 다리의 수고로움을 생각하면서도 사람들은 또 발이란 단어를 끝까지 기억해내지 못한다. 죽은 여자보다 더 불쌍한 여자는 잊혀진 여자라고 하지 않던가 말이다.
발과 대가 될만한 낱말로는 손이 으뜸이라고 할 수 있다. 손도 발의 수고로움 못지 않고, 부정적인 의미들로 쓰이는 경우 또한 있지만 그래도 손의 격은 발과 비교하면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단 손'이라는 말은 물건을 만들어내는 원료나 자재보다도 그것을 만드는 사람의 손이 모든 아름다움을 창조해내는 가장 귀중한 것임을 뜻하는 것으로, 그야말로 손이 보배라는 뜻이다. 또 '손이 차가운 사람은 심장이 뜨겁다'는 말이 있는데, 감정이 풍부하고 열정을 지닌 사람이 겉으로 냉정한 태도를 취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의미로 손이 찬 사람에 대해 적극항변을 해주는 속담인 것이다. 그렇지만 발은 어디 그러한가. '발톱에 때만도 못한 놈'이라며 남을 비하하는 글에 비유되기도 한다. 또 사기(史記)에는 '관수폐 필가어수 이수신 필관어족(冠雖弊 必加於首 履雖新 必關於足)'이라 하여, 관은 해져도 반드시 머리에 쓰고 신발은 새것이라도 반드시 발에 신는다는 말이 있다. 모든 것에는 위와 아래의 구별이 있다는 뜻인데 머리는 귀하고 발은 천한 것이라는 의미가 내포된 문장이다. 그 귀하고 천함의 구별은 무엇을 근거로 한 말인지 갸우뚱거리게 만드는 구절이기도 하다. 근면이 귀한 대접을 받아야 한다면 당연히 발의 수고로움을 따를 수 있는 신체기관은 없기 때문이다. 사실 발이 편한 사람치고 부지런한 사람은 없다. 발에게 수고로움을 선사하지 않는 사람치고 자기의 삶에 열정적인 사람이 있을까 싶다. 가족들을 위해 출근길을 나서는 발,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서 있는 발, 버스기사의 페달에 올린 발, 운동선수들의 뛰는 발, 학교로 학원으로 뛰어다는 학생들의 발,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달리는 세일즈맨의 발, 하다못해 걸인(乞人)의 발도 부지런해야 남보다 더 배부를 수 있는 법이다.
오늘 하루를 열심히 보낸 내 발의 수고로움을 생각하다보니, 친구와 식당에 들어갔을 때 친구의 발 냄새를 타박하기 보다는 여전히 내 곁을 지키고 있는 친구가 있음에 행복해하고, 귀가를 한 가장에게 발 냄새를 구박하기보다는 귀갓길을 서둘러준 마음에 감사하고, 뜀뛰다 들어온 아이에게 발 냄새가 난다며 빨리 씻기를 종용하기 보다는 열심히 뛰다 들어온 건강한 모습에 반가움과 찬사를 보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 오늘 나는 足足이 수고로운 발에게 不足한 시 한 수를 바친다.
< 발내음 >
당당하라
당당하라
당신의 향기에 당당하라
오늘 당신이 누비고 다닌
세상이
정녕 부끄럽지 않거든
당신의 향기에 어연번듯 당당하라
댓글목록
손근호님의 댓글
손근호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웃고 웃습니다. 하하하.. 좋은 수필작품. 잘 익은 수필작품 읽어서 좋습니다.
윤응섭님의 댓글
윤응섭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발은 인체의 장기를 비롯한 모든 것을 반영하는 소우주라는 말에 공감을 하면서..
발의 의미에서 우리 사회의 가장 낮은 곳에서 묵묵히 제 할일을 다하는 민초들의 삶을 생각해 봅니다..
오후에는 발마사지나 받으러 가야겠다..나를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은 발을 위해서..ㅎㅎ..의미있는 수필에 머물다 갑니다..건필하세요..
이은영님의 댓글
이은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발길 곱게 남겨주신 손근호 발행인님, 윤응섭 시인님께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새 아침도 마냥 행복한 걸음이시길 바랍니다.
근데요, 갑자기 족발이 먹고 싶어짐은 무슨 심사일까요? ^.*
백원기님의 댓글
백원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우리도 발처럼 묵묵하게 자기 할바를 다하는 성실하고 믿음직한 사람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발에대한 지식 많이 얻었습니다.
김석범님의 댓글
김석범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감사히 묵상하고 갑니다.... 몸의 모든것을 행하는것이 손과 발이겠지요...
인체의 자식이라 비유 되기도 하지요.... 바로 그자식이 모든것을 이끌어 감을
새삼 느끼고 갑니다..... 오늘 이쁘게 만져 줍시다...그리고 피로를 풀어줍시다!!
이은영님의 댓글
이은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다녀가신 고운 남들~~...
아침에 가뿐하게 차 한 잔씩 드시고 시작하세요.
음~, 무슨 차를 드실래요?
녹차, 홍차, 커피, 유자차, 모과차, 홍삼차, 생과일쥬스까지
준비가 되어 있으니 맘껏 골라드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