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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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월
이 월란
한참토록 꽁무니를 바짝 따라 붙어 묵시의 협박을 날려도
꿈쩍도 않고 최저속도를 유지하며 벌벌 기어가고 있다
혈압이 오르자 깜빡이도 없이 추월을 해버렸다
오른쪽 차선으로 멀어지는 거북이차의 앞 좌석으로 눈을 흘겨주는데
호호 백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은발인형처럼 나란히 앉아 계시다
이번에도
번번이 악에 받쳐 추월을 하고 나서 뒤돌아보면
천추설같은 머리카락을 뽀얗게 쓰고 앉아 운전을 하는 노인네들
못됬게 추월을 한 것도, 눈을 흘긴 것도 모조리 죄스러워
더 빨리 달아나버린다
페달에 걸친 세월에도 바퀴가 달리고
핸들에 감긴 세월에도 날개가 달려
허연 머리카락을 덧머리처럼 쓰고 앉은 내가 백미러 속에서
무서운 집중력으로 나를 쫓아 오고 있다
2008-07-05
추천4
댓글목록
금동건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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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을 덧머리처럼 쓰고 앉은 내가 백미러 속에서 >
<무서운 집중력으로 나를 쫓아 오고 있다>...네.. 뵙습니다
지인수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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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월 당한 백발의 노인네들.
무슨 생각을 하면서 천천히 가고 있었을까.
의미있고 재미있는 시인님의 생각
보고 갑니다.
현항석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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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번쯤 경험하였을 광경이군요.
같은 경험이지만 이월란 시인님의 붓으로 태어나니 새롭습니다.
허혜자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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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잘 감상 했습니다
건안 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