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지 않아 제비꽃이 피어나면 > -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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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은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6건 조회 2,226회 작성일 2006-07-22 23:21본문
어리석은 중생은 매혹적인 순간을 한 컷도 놓치고 싶지 않은 욕심을 또 내기 시작했다. 올 봄도 덧없이 흘러가버리고 말 시간임을 알면서도 말이다. 평온한 풍경들과 한 시간 남짓 머무르다 교보문고를 갔다. 딸아이가 얼마전 부터 조르기 시작한 셰익스피어의 4대비극 등의 책을 사기 위해서였다. 책장에 있는 책을 권했으나 딸아이는 활자가 세로로 써 있는 책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신세대였던 것이다. 종이 또한 황달이 걸린듯 누렇게 앓고 있었고, 역사를 자랑하는 책냄새까지 폴폴 날리고 있었기에 거부감은 더했을 것이다.
서너 권의 책을 고르고 책값을 계산하기 위해 카운터에 서있는 내 앞으로, 참고서 등을 수북히 쌓아놓고 어느 여학생과 나이가 젊은 할아버지 그리고 아저씨 한 분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옷차림과 어두운 표정의 여학생이 가끔씩 방그레 미소를 지었다. 다른 건 몰라도 책은 얼마든지 사줄테니 그 때 그 때 필요한 책을 바로 말해주면 좋겠다며, 여학생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잘 모르니까 아저씨 한테든지 할아버지께든지 어려워 말고 언제든지 이야기를 해달라는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새학년 새학기가 시작한지 몇 주가 지난 오늘에서야 그 여학생은 참고서와 때 늦은 해후를 했던 것이었다. 참고서들 위로 다른 책들도 있었는데 무엇보다 <갈매기의 꿈>이란 책이 눈에 들어왔다. 그 아저씨는 조나단을 통해서 여학생에게 하고픈 말을 대신 전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 할아버지와 아저씨는 여학생의 후원자들로 보였다. 할아버지의 표정에는 인자함이 넘쳐나고 아저씨의 눈빛에는 진심어린 정감이 서려있고 목소리마저 따스한 덕에 내 맘까지 포근해졌다. 돌아오는 길에 할아버지와 아저씨 그리고 그 여학생의 미소가 봄 향기를 품고 온 제비꽃으로 떠올랐다. 머지않아 제비꽃이 피어나면 그 분들의 미소가 떠올라 내 마음까지 고운빛으로 물들고 말 것이다. 한 발 뒤에서라도 참 지켜볼 만한 세상에 살고 있음에 감사함이 들던 날이었다.
2004. 3. 14.
댓글목록
금동건님의 댓글
금동건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예 이은영님
오랜만에 인사 드립니다
머물다 갑니다
오영근님의 댓글
오영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랫만에 발걸음 하셨군요
살아 볼 만한 세상임에 틀림 없습니다.
반가운 인사를 드리고 갑니다.
윤응섭님의 댓글
윤응섭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소녀가장이거나 어려운 상황에서 학교를 다니는 학생인가 보네요..
조나단과 같이 꿈을 가지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삶을 살아라 하는 메세지를 담아서 주는..힘들어도 지켜봐주고 도와주는 키다리 아저씨같은 사람이 있는 세상!~
아무리 현실이 각박한 세상이라해도 아직은 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건강하시고 건필하세요..
김석범님의 댓글
김석범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그 고운 미소가 아름다운 결실로 맺혀지게 되겠지요.... 고운 마음을 보고 갑니다.
이은영님의 댓글
이은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너무 많이 바빴습니다. 아니, 몸이 적어도 다섯은 있어야겠어요.
하여, 새로운 글을 쓸 마음의 여유가 없어
지난 글 잠시 올려놓았습니다.
8월이 지나고 나면 좀 한가해질 것 같습니다.
하루가 길면서도 짧고,
짧으면서도 긴 즈음입니다.
늘 잊지않고 다녀가시는 분들에게 뭐라 감사를 드려야 좋을까 싶습니다.
모든 분들에게 행복한 일들만 일어나시길 바랍니다.
금동건 시인님, 오영근 시인님, 윤응섭 작가님, 김석범 시인님께
꿀잠, 꿀밤, 꿀바람, 꿀미소 사알짝 희망하며 갑니다~~~ 스마일 *^^*
윤응섭님의 댓글
윤응섭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도 요즘 무지 바쁘네요..여기 못 올 만큼..
그래도 옛날 써논 글이라도 올리시니 고맙네요..
나는 그것도 안되니.....................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