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시간

          이하재

벚꽃축제가 열리는 공원

듬성듬성 있는 까만 머리가 어색해

회갈색 물을 들인 여인과

까만 머리라고는 한 올도 없어

눈사람 같은 여인이 나란히 앉아

오고가는 젊은 꽃들을 보고 있다

좋을 때야, 좋을 때지

참 예쁘지유, 저 꽃 좀 봐유

나도 저런 꽃다운 시절이 있었지

떨어지는 꽃잎 좀 봐유, 꽃비 같아유

내년에 또 볼 수 있을런지

형님도 참, 봄 되면 또 피겠지유

화려한 꽃 잔치가 끝나고

검은 휘장이 드리워지는 마감시간

눈발인 듯 흩날리는 하얀 영혼들을

검은 제복을 입은 회오리바람이

둘둘 말아 사정없이 몰고 간다